[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글래이셔 국립공원 편
사랑..
이 한 단어에 포함된 수많은 의미에 우리는 웃고 울고 아파하고 행복해한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그 사랑의 실패로 두 번 다신 사랑을 못할 거 같은 느낌을 받아 절망할 때가 있다.
어쩌면 나도 그런 부류에 속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사랑이 야속했고
사랑에 내가 녹아내리기 싫었다.
진정으로 갈망하지만 절대적으로 배제하고픈 감정 사랑.
내가 글레이셔 자연 안에 도착해 바라본 커플들의 모습에
그 절대적으로 배제하고팠던 사랑의 모습이 내 가슴을 자극시켰다.
두 번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투명하게 빛나던 글레이셔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마주한 사랑 때문에
다시 한번 사랑을 하고 싶어 졌던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50일의 자연 여행 32일 차.
내가 찾은 자연은 미국 몬타나 주 북쪽 끝에 위치한 글레이셔 국립공원이다.
빙하라는 뜻을 가진 국립공원,
아름답게 만년설이 자리 잡고 있는 자연
글레이셔 자연은 어떤 느낌일지 도착하기 전부터 기대되었다.
전날 어딘지 모르는 산길에 차를 멈추고 노숙을 하고 일어났다.
50일의 자연 여행이지만
며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시 길을 달려 글레이셔 자연에 도착하였다.
내 모습은 노숙자와 같았지만 자연은 이런 나라도 늘 반겨주고 있었다.
무한한 애정은 내게 보내며
나는 자연의 애정에 늘 감동받고 있었다.
자연의 사랑을 듬뿍 받는 기분은 늘 언제나 날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축복이 넘치는 자연의 사랑을 받는 나의 마음에 왠지 모를 사랑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글레이셔 자연에 도착해 호수 옆 길을 달리다가 우연히 한 커플을 만났다.
한참을 그 커플의 모습을 보았다.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그 커플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젊은 남녀가 서로 껴안고 호수를 바라보는 모습이 새삼 부러워 순간적으로 사진을 담고 싶어 졌다.
"하하! 좋아요"
흔쾌히 커플은 나의 질문에 허락해주었다.
카메라에 담기는 사진을 통해 사랑이 전해진다.
나의 마음에 사랑이 전해진다.
자연의 사랑이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
혈육 간의 사랑이 아닌
내 인생의 반쪽에 대한 사랑..
나도 어떤 여자를 사랑을 했었다.
비록 그 사랑은 안타까운 이별로 자리 잡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사랑이었다.
그 사람과 이별을 하고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시기적으로 그 사람과 이별을 하고 50일의 자연 여행을 떠나왔다.
어떻게 보면 여행을 떠날 결정을 내리게 만든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과의 이별도 포함된다.
행복하지만 잔인하게 아프고
기쁘지만 뼈 절이게 슬프고
위로받지만 차갑게 미워하는 관계로 끝날 확률이 높은 사랑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지금 자연은 나에게 사랑을 마주하게 한다.
자연이 사랑을 마주하라 말한다.
커플이 떠나고 나는 다시 혼자 자연과 마주한다.
그리고 자연이 내게 던진 질문을 곱씹어본다.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글레이셔 자연 길을 달렸다.
길 옆으로 잔잔하게 호수가 흐른다.
그때 배를 타고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남자가 보인다.
고독하게 노를 저으며 호수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마치 나를 마주하는 것 같다.
그때 뒤에서 그 남자를 따라오는 또 다른 배가 보였다.
여자였다.
누가 봐도 커플이었다.
그래..
나도 사랑을 하고 싶어 진다.
자연이 내게 사랑을 전해주는 것처럼
자연과 같이 사랑을 주는 사람은 없을까?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음이 이상했다.
"두 번 다신 사랑을 쉽게 하지 않겠어"
라는 지니고 있던 강요되는 생각들이
"다시 한번 사랑을 해보지 않겠어?"
라는 권유로 달라지는 기분..
그때 이런 말이 떠올랐다.
예전 어디선가 읽은 적 있는 말.
그래..
그동안 자연이 내게 보여준 사랑을 통해 내가 사랑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 물들어감에 다시 사랑을 하고픈 마음을 들게 해준다.
50일의 여행을 끝내고
하나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가 사랑했었던 사람의 결혼 소식
뭔가 가슴이 애석해지기는 했지만
기뻤다.
개인적이지만 그 사람에게 마지막 편지를 전해볼까 한다.
언젠가 훗날 이 글을 우연이라도 그녀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그녀에게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을 난 아직도 기억해.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걸 난 아직도 추억해.
처음에 난 꿈만 꾸는 이상적인 남자였고
처음에 넌 목표가 뚜렷한 현실적인 여자였지.
시간이 흐르면서 넌 날 현실적인 남자로 물들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난 널 이상적인 여자로 물들였지.
난 자주 툴툴 대는 너라도 사랑했어
넌 자주 실수하던 나를 사랑했지
그러다 갑자기 우리는 해어졌어.
한순간에 널 더 이상 사랑하지 못할 거 같았어.
우리가 너무 가까웠었나 봐.
우리가 너무 달랐었나 봐.
다시 멀어지고 나니 너의 단점은 하나의 점이었어
다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네가 좋아했던걸 혼자 해.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해어진 게 미안해
한편으로는 아직도 널 미워해
근데 미안한 건 아직도 널 못 잊기 때문이래
또 미워하는 건 아직도 널 좋아해서 그런 거래
그래서 이젠 고마워
그리고 이젠 잘되길 빌어
내 20대 청춘에 한 쳅터에 너란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마워.
그리고 난 이제 다른 쳅터로 갈거니 부디 너도 잘 되길 바래.
진심으로 결혼 축하하며 행복하길 바라며
내 청춘의 한 쳅터인 그녀에게.
50일의 자연 여행 에세이 <청춘 일탈>도서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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