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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Jun 09. 2017

별들이 나를 주시하고,
자연이 나를 감쌀 때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옐로스톤 국립공원 편


프롤로그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하늘의 별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그저 밤하늘에 자리 잡은 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꿈꾸는 삶의 옳은 방향을 깨닫고 싶어서..


하지만 도심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히려 방향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옐로스톤 자연을 찾았을 때

어둠이 내려앉고 고요함이 가득할 때

무수하게 많은 빛나는 별들이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별들이 나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의 낭만적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첫 번째 이야기

순결한 숨결이 다가오다.



나 홀로 떠나온 50일의 자연 여행 34일 차

오늘 내가 도착한 자연은 미국 와이오밍 주에 위치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자연이 있는 장소이다.



전날 머물던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 출발해 600킬로를 달려 옐로스톤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기울고 있었다.

내가 옐로스톤을 방문한 시기는 4월 초였기에 엘로스톤의 시설은 안전상의 문제로 거의 모든 중심지가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닫힌 국립공원을 다녀온 나였기에 이 문제는 더 이상 문젯거리가 아니었다.

내가 만나고 싶은 건 국립공원이 아닌 자연이기 때문이다.


비수기의 옐로스톤 이여서인지는 몰라도 옐로스톤 자연 안에 여행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옐로스톤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나를 반겨주는 야생 동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풀을 뜯어먹는 사슴부터 느릿느릿 무리 지어 다니는 수십 마리의 버펄로 까지

옐로스톤 안으로 들어와 길을 달리며 마주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금 내 모습도 너희와 같이 야생인이었다.



길을 따라 느릿느릿 스멀스멀 움직이던 중

내 눈 앞에 엘크의 모습이 나타났다.


엘크!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나본 엘크였다.

며칠 전 레드우드 자연을 찾았을 때 가슴 한편으로 엘크를 만났으면 좋겠다 소원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옐로스톤에서 예상치 못한 엘크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엘크..

너무나 아름다웠다.

고귀해 보인다고 할까?

머리에 나있는 거대하고 고운 뿔이 마치 영화 반지에 제왕에 나오는 엘프들의 마을에 온듯한 느낌을 받게 해 준다.


나는 자연에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며 안전거리를 두고 엘크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엘크와 나의 시선이 마주하고 우리는 소리 없는 정중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어 엘크의 모습을 담는다.


묘한 기분이었다.

엘크가 사진 촬영을 허락해준 느낌이었다.

엘크는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주고 있었다.



엘크의 순결한 모습이 나의 사진에 담기기 시작한다.

자연을 향한 나의 순결한 마음이 사진에 담기기 시작한다.


자연의 순결한 숨결이 사진에 담기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왔지만

오늘 이 장소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장소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의 순결한 숨결이 가득한 자연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이야기

별빛이 내린다.



엘크와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다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길

그저 길이 막혀있는 곳까지 달리고 달렸다.


그 중간중간에 땅에서부터 김이 올라오는 자연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고

자연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고 감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날이 저물고 세상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운전 중인 자동차의 헤드 라이트의 빛만이 어둠 속에 길을 바쳤다.


오늘은 이 길 옆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는 차를 세우고 머리에 쓰는 라이트를 켜고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는 옐로스톤 자연 안에서 

홀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따뜻한 차 한잔을 끌였다.

모든 식사가 마무리되고 접이 의자에 편하게 앉아 내 머리에 켜져 있는 빛을 껐다.


그때..

어두운 밤..

혼자라고 생각했던 이 순간이

혼자가 아녔단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빛을 끄고 나니

하늘의 수천수만 개의 별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놀랍고도 놀라운 자연의 모습이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 별빛을 따라 들판으로 나아갔다.

밤이 찾아오면서 급격한 추위가 몰려왔지만

마음 안으로 별들에게 전해지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이토록 감명스런 이 날 밤하늘의 주인이 오직 나라는 것에

왠지 모를 설렘과 뿌듯함이 있다. 



여행이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고

혼자만의 시간은 나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해 주고

자연은 진정한 가치와 진리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날 밤하늘의 별들은 

희망과 꿈을 내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마치 내게 이런 말을 전하는 것 같다.

"

어둠이 내려앉을 때 빛을 일부러 찾지 마..

어둠이 완벽히 내려앉으면 빛이 내게 보일 거야.

그리고

그 빛은 하나가 아닌 수많은 빛으로 너를 찾을 거야.

"



어둠은 결코 두려운 존재가 아니란 걸 별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오히려 어둠이 내려앉아야지만 선명하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별들은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둠이 찾아와 나는 별을 찾았다.



마지막 이야기

옐로스톤의 아침



전날 밤 수많은 별들 아래 깊은 잠이 들고

이른 아침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침낭을 정리하고 차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싼다.

물론 전날 밤 차 안도 얼음장처럼 차갑고 차가웠다.


얼어있는 몸도 풀 겸 짧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스멀스멀 걷기 시작했고 저 멀리 버펄로 소 무리가 보였다.

몸집이 거대한 녀석들이 무리 지어 느릿느릿 걸어오는 걸 보니 약간 겁이 나기도 한다.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엄마소 아빠 소 아기 소 삼촌 소 이모 소 

소들이 걸어온다.



이제 곧 있으면 옐로스톤과의 이별 시간이 찾아온다.

50일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행 일정

그리고 홀로 운전을 하며 미국 대륙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나의 일정은 빠듯했다.


하지만 나는 빠듯한 일정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서두를 것도 없었고

꼭 봐야 할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옐로스톤을 빠져나오기 전

옐로스톤 안에 자연 온천수가 흐르는 강가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가서 발을 담그고 몸도 녹이고 피로도 풀 계획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30-40분 트레일을 걸어 들어가니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흐르는 강물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뜨끈뜨끈한 온천수에 발을 담갔다.


온몸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옐로스톤의 자연은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 나오는 옐로스톤의 멋진 자연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습이 아닌


따스하고 찬란한 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자연이었다.

순수한 숨결이 공존하는 자연이었다.

온몸의 피로를 사르르 녹게 해 주는 자연이었다.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다음 자연은 어떤 자연일까?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다음 편은

악마의 계곡이라 불리는 자연

빅혼 캐니언 국립 휴양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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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의 자연 여행 에세이 <청춘 일탈>도서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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