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빅혼 캐니언 국립 휴양지 편
어릴 적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미끄럼틀 아래에 우연히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장소는 작은 내 몸에 아늑한 나만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장소는 오직 나만의 장소로 자리잡 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자리,
하지만 누구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 자리,
누구나 스치는 자리,
하지만 누구도 관심 없던 자리,
내가 빅혼 캐니언을 우연하게 방문하게 되었을 때..
빅혼 캐니언은 그 순간부터 오직 나만의 특별한 장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황홀하고도 멋진 빅혼 캐니언에서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50일의 자연 여행 36일,
옐로스톤을 나와 다음 자연을 향해 길을 달리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뚜렷한 여행 계획과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장소에서 근접한 자연을 그때그때 정해서 여행을 하고 있었기에
옐로스톤을 빠져나와 나는 다음 목적지를 선택해야 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나오면서 지도를 보니 옐로스톤과 거리상으로 가깝게 자리한 자연이 2 곳 있었다.
하나는 동북쪽, 다른 하나는 동남쪽,
비슷란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선택을 해야 했다.
지도를 보며 갈팡질팡 하던 때 내 눈에 빅혼 캐니언 국립 휴양지가 보였다.
휴양지라...
국립공원 위주로 자연 여행을 하고 있었기에 국립 휴양지를 가게 될 줄은 생각도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는 길에 보이니 잠시 들렀다 가야겠단 마음이 생겼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장소.
어떤 자연이 숨 쉬는지 예상할 수조차 없었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옐로스톤을 나와 몬태나 주 90번 국도를 따라 3시간을 운전해 도착한 자연.
빅혼 캐니언 국립 휴양지
오는 길의 드넓고 황량했던 분위기만큼이나, 빅혼 캐니언의 입구는 고요했다.
이 곳에 사람의 인적은 없었다.
내가 첫 번째로 향한 빅혼 캐니언 안에 장소는
홀슈 밴드(Horseshoe Bend), 즉 말굽 협곡이라는 모래사장 강가였다.
놀라울 만큼 드넓고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것에 더 놀라웠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를 왜 몰랐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곳에 대한 정보 또한 극히 적다.
땅은 붉었고 하늘을 맑았다.
고요한 바람만이 나를 감싸고 따스한 열기가 내게 다가왔다.
털썩!
홀로 거대한 붉은 자연 위에 앉았다.
그렇게 한참 멀리 보이는 언덕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언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집트의 스핑크스 모습과 유사하단 생각도 들었다.
우연하게 들린 빅혼 캐니언 자연은
운명처럼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관심 없던 장소.
여행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게 되는 것..
우연이지만 운명이 되는 것..
나는 그저 그 흐름에 따라가는 것..
이런 마음이 나를 사로잡는다.
홀슈 밴드를 나와 빅혼 캐니언 자연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한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는 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악마의 협곡 오버룩 : Devil Canyon Overlook
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악마의 협곡이라?!
이름만으로 강열하게 다가온다.
표지판을 따라 언덕을 올라 악마의 협곡에 도착했다.
"..."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말문이 막힐 정도로
찬란한 자연이 내 눈 앞에 보였다.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까?
눈앞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분명 아까까지 평지 위였는데
지금 나는 아찔한 절벽 위에 서 있다.
데블 캐니언
악마의 협곡
이 장소의 이름이 왜 악마의 협곡인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마치 악마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웠고 놀라웠다.
큰 소리로 "야호"를 외치자
빈 공기를 뚫고 내 목소리만이 몇 초 후 되돌아왔다.
고요하기는 얼마나 고요한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거짓말 같지만 잔잔한 바람 소리와 내 숨소리뿐이었다.
이런 멋진 장소에 사람이 나 혼자라는 것에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절벽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앉으니
절벽 아래 U자로 굽이치는 거대한 강이 세 갈래로 갈라져 흐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암벽의 모습 또한 자연의 위대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유명한 국립공원도 아닌데..
이런 멋진 자연이 있다니..
숨겨진 보물 상자를 찾아낸 사람처럼 내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잠시 이 곳에 들렀다 가려던 나의 마음은
악마의 협곡을 만나 후 하룻밤을 보낼 확신을 세웠다.
내 시간은 자연과 함께 멈추고
자연과 함께 마주하며
자연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날이 저물때즘 악마의 협곡을 나와
빅혼 캐니언 길 끝으로 향했다.
분명 어딘가 캠핑을 할 장소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길 끝에 도착하니 잔잔하게 흐르는 강가가 보였다.
강가 바로 옆 언덕 위로 캠핑장이 보였다.
캠핑장에는 50 후반으로 보이는 노부부만이 캠핑버스를 세워두고 캠핑을 하고 있었다.
분명 이 곳을 알고 있는 노부부 같았다.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올 수 있는 장소란 확신이 들었다.
나는 캠핑 장소에 차를 세워두고 먼저 강가로 향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기에 해가 땅 아래로 숨기 전에
빅혼 캐니언의 강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작은 배를 띄울 수 있는 선착장 위에 걸어 올라가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강물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은 은은하게 내게 다가온다.
뜨거웠던 태양의 열기가 선선하게 저머든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는 앉아 베짱이처럼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마주한다.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평화롭고
힐링의 시간인가?
날이 어두워질때즘 캠핑장에 탠트를 치고
모닥불을 지피고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했고
땅 위에서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운치 있는 밤을 만끽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홀로 떠나온 자연 여행에서
매일 밤 나는 이런 운치 있는 밤을 맞이했다.
하지만 매일 밤 느껴지는 감정을 하나같이 다 다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고
더 진해지고
더 넓어진다고 해야 할까?
이날 밤
이 장소
이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한 장소였다.
오직 나를 위한 자연이었다.
오직 나를 위한 세상이었다.
세상이 나고 내가 세상이었다.
자연이 나고 내가 자연이었다.
이른 아침 날이 밝았다.
일어나자마자 텐트 밖으로 나와 느릿느릿 산책을 하였다.
살이 조금 빠졌나?
입고 있던 바지가 약간 헐렁하단 걸 느꼈다.
논으로 보이는 모습에 차이가 생긴 것은 그만큼 내 삶에도 변화가 있다는 뜻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전날 머물던 캠핑 장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젠 텐트 분리는 일사천리로 해치우고 주변 정 리또 한 재빠르게 해결한다.
정리를 마치고 빅혼 캐니언과 작별 인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빅혼 캐니언을 빠져나오기 전 다시 한번 악마의 협곡을 들리고 싶었다.
캠핑장을 나와 빅혼 캐니언으로 향하는 길에
차 창문을 모두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음악과 함께 바라보는 빅혼 캐니언,
이 순간만큼은 서부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하다.
악마의 협곡에 도착해 전날에 마주했던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만끽한다.
내가 우연하게 찾은 장소는
이제 내 삶에 운명의 장소로 자리잡니다.
자연이 나를 찾았듯이
나도 자연을 찾는다.
그리고 나는 자연과 정중히 인사를 나눴다.
이젠 굿바이 인사지만
마지막 인사는 아니란 것을 느낀다.
빅혼 캐니언과의 짧은 만남에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 아쉬움 또한 미래에 다시 마주할 기대감으로 자리잡니다.
절대 잊지 못할 장소,
빅혼 캐니언
해어짐의 아쉬움이
다시 만날 기다감으로 다가오는 장소,
빅혼 캐니언은 나에게 그런 자연이었다.
50일의 자연 여행 에세이 <청춘 일탈>도서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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