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추억
파리 2024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장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며칠째 밤을 새우며 새로운 경기와 결과를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눈에 들어오는 파리의 스카이라인과 센강의 유유함이 TV에 비칠 때 아주 오래전 파리의 거리를 걷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1980년대 초에 유럽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나는 장애를 가진 제자들을 생각하며 다녔었다. 그러며 일기를 쓰듯이 그 당시 5 학급이었던 학생들에게 각반으로 매일 그림엽서를 보냈다. 오늘은 어디인데 너희들이 와도 다닐 수 있겠다는 둥 역사책이나 지리책에 나오는 어떤 곳에 있다는 둥 나름 학생들이 느꼈으면 하는 내용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 엽서들을 받으며 어땠을지 지금 생각하면 다 긍정적으로 받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 당시 가장 힘들었던 곳은 파리의 에펠탑을 가는 것이었다. 지상에서 네 받침대 다리들이 모이는 곳까지는 철 계단을 따라 올라야 했던 것이다. 올려다보니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장애가 있는 내 제자들이 결코 오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라도 대신 오르겠다고 한없이 오르던 생각이 난다. 무려 714 계단을 오른 것이다. 그곳부터 철탑의 거의 끝까지는 에레베이터가 있어 에펠탑의 가장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에펠탑 꼭대기에서 그림엽서를 사서 제자들에게 그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올랐던 이야기를 써서 보냈다. 엽서를 쓰며 숨을 돌린 후 나는 다시 걸어 내려왔다. 그리고 광장의 다른 쪽에 놓인 받침대 다리 쪽으로 걸어갔다. 아니! 거기는 밑에서부터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도 기뻐 학생들에게 "얘들아! 너희들도 나중에 올 수 있어!"라고 엽서를 또 썼던 추억이 샘솟는다.
미국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어도 늘 한국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가슴 졸이고 기뻐 소리 지르고 태극기가 높이 오를 때면 눈물이 나는 것을 보면 너무도 사랑하는 나를 태어나게 한 어머니의 나라라서 그렇다. 추억이 묻어나는 파리를 배경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잘하는 모습이 더욱 감명 깊다. 이제 곧 폐회식이 시작된다. 오랜 시간 땀 흘려 준비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안긴 영광의 결과에 감사하며 또 한 단계 넘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