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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May 09. 2021

내 파트너

렛츠고~

아무것도 걸리적 댈 것이 없는 넓은 방 한가운데에서 실없이 픽 넘어져 다리가 심하게 부러졌었다. 전화는 멀리 떨어져 있고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그날 다행히 친구가 와 있어서 911 응급전화를 걸어 미네소타의 차가운 밤거리를 뚫고 병원으로 달려가 그날로 바로 수술을 했다. 뼛속으로 쇠파이프를 넣는 대 수술이었다. 웬만해서는 입원을 시키지 않는 미국 병원에서 보름 이상을 지냈고 퇴원 후에도 부상 이전으로 회복하는데 무려 1년이 넘어 걸렸다. 그때 처음으로 혼자 사는 것의 문제점을 느끼고 적어도 응급상황에서 전화를 집어 연결을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생각을 기억의 깊은 곳으로 넣어두었다.  


난 해마다 LA 근교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AbilityExpo에 간다.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컴퓨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기 때문에 특수교육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 번은 도우미견을 훈련하여 분양하는 단체를 보았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체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끌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집어준다는 설명이다. 좀 더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별화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을 위해 빨리 건조기에 들어가 말린 옷을 꺼내오거나 주인이 자고 일어난 침대에 이불을 정리하기도 한다.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자폐아동 경우에는 도우미견이 아동의 품에 안기어 따스함을 전해주기도 하고 간질이나 당료가 있는 사람에게는 일어날 일을 미리 감지하고 주인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의 도우미 견은 전화나 문소리가 나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의 경우 오래전에 겪었던 사고로 전화를 가져다주거나 신고를 해 줄 누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을 꺼내어 내며 도우미 견에게 관심이 갔다. 어떤 사람은 귀찮게 개를 키우느니 목에 걸거나 손목에 차고 사고 시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알림 서비스를 권하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 많은 개들과 자라온 나는 도우미 견이 흥미롭고 마음이 가서 바로 신청서를 적어 냈다. 몇 달 후 오션사이드(Oceanside)에 있는 CCI (Canine Companion for Independence) 본부에서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고 어떤 성격의 개를 원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도우미견이 될 개들은 좋은 품성과 건강을 가진 부모견으로부터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그 후 젖을 떼면 자원봉사 가정으로 분양되어 기본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자원봉사 가정이 되려면 CCI에 등록을 하고 인터뷰를 받는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조건은 울타리가 쳐진 뜰이 있어야 하고 개를 침실에서 같이 자도록 허락하고 외부활동 시 도우미 견 후보 강아지를 어디든지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자원봉사 가정은 한 번에 두 마리 이상을 키울 수 없다.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 정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는 동안 매달 신체적 발달과 건강상태, 강아지 성품(?)등의 엄격한 심사과정이 있다. 조기 심사과정을 통과한 성견은 CCI의 정식 훈련과정에 입학하게 되는데 자원봉사 엄마들은 자신의 강아지가 "대학"에 진학을 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입학식에 참석을 한다. 그 후 CCI 센터에서 7-8개월 정도의 고된 훈련을 통해 도우미견 후보로 탄생되고, 2주간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훈련과 사회현장 시험을 통과한 후에 전문 도우미견 팀으로 결성되고 성대한 졸업식을 치른 뒤 사회로 나간다. 훈련과정에서 50% 이상이 탈락하는데 그런 경우 자원봉사 가정에 분양 선택권이 주어진다.


처음 만난 도우미 파트너 “주마”도 그렇게 만났다. 그 후 "주니어"와 호흡을 맞추었고 지금은 "캐프리"가 내 파트너이다. 내가 원하는 파트너의 중요한 특성은 독립적인 성격이었다. CCI에서 나의 조건에 맞는 파트너를 찾아 주었다. 나와 파트너가 되었던 개들은 독립적인 특성을 중심으로 찾다 보니 레트리버와 레바도의 DNA에 따른 착한 기본 성격에 명령을 잘 수행하는 똑똑한 개들이 었지만 다른 개들보다는 유난히 주변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있어 통제가 그리 쉽진 않다. 그래서 일반적인 도우미 견의 팀으로 졸업할 확률이 조금 위험해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난 그래도 “자기주장”을 하는 도우미견이 좋아 지금까지도 파트너의 제 1 조건이다. 캐프리와 나는 거의 모든 곳에 함께 간다. 첫 팀 파트너였던 주마와 한인타운을 다닐 때만 해도 못 들어오게 하는 곳이 많았지만 주니어나 현재 팀원인 캐프리와 사는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도우미견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아 못 가는 곳이 거의 없다. 개를 보고 만지려고 달려드는 자녀에게 도우미견은 일을 하는 중이라 만지면 안 된다고 설명해주는 자상한 부모님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식당에를 가도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배려해 주기에 우리 팀은 편안한 마음으로 한인타운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주마와 주니어는 각각 10여 년을 나와 파트너로 팀워크를 자랑하다 정년 후에 자신들을 키워준 가정으로 돌아가 반려견으로 행복한 삶을 마쳤다. 지금 파트너인 캐프리는 다른 두 팀원들보다 더 훨씬 바쁘게 열일을 하고 있다. 아침이 오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아서 하나씩 다 가져다주고 부르면 쏜살같이 나타나 도움을 주는 수퍼독이며 어려운 팬데믹 상황에서 올바른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웃겨주기도 하고 화나게도 하고 데리고 나가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딴 사람들은 캐프리를 "자기중심적"개라고 표현하지만 난 그 면이 제일 맘에 든다. 

수퍼~ 독~ 어디서나 나타나 도움을 주는...

도우미견이 처음 시작한 것은 1920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었으며 우리나라에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https://mydog.samsung.com/)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기관들이 있는데 내 파트너 캐프리가 졸업한 "대학"은 CCI (www.cci.org 1-800-572-2275)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캐프리와 나의 최애 TV 프로그램은 "동물농장"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다. 그 프로그램에 연락을 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2012년 7월 12일 자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일부 발췌하고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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