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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May 07. 2021

전환교육

내 미래의 청사진

난 열심히 일기를 쓴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숙제로 내주신 것에 익숙해져 지금까지도 그냥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변화가 있다면 전에는 항상 볼펜을 끼울 수 있는 자그마한 일기장을 들고 다녔고 지금은 앱을 사용해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하루 일과를 적는다. 가끔 시간이 날 때면 몇 년 전 과거에 나의 생각이 어땠는가가 궁금해 전에 썼던 일기들을 읽는데 작은 글씨가 나열된 문장들을 읽으면서 그 당시 일어났던 일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그대로 되살아 나는 것이 신기하다. 일기장에 쓰인 글은 대부분  쓸 때의 감정으로 보면 당연히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무작정 미래의 한 순간을 짚어 그때까지 뭔가를 이루어야지 하는 정도의 희미한 환상이거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 섞인 투정의 말들인 것 같기도 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되돌아 가 본 기록 속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여기저기 적혀있다. 손에 잡히지 않고 어렴풋하던 일기 속의 미래를 확실한 현재로 살고 있는 나는 결과를 되짚어보며 놀라기도 한다. 일기장에 적혀있는  미래의 날에 즈음한 때를 더듬어 보면 내가 현실로 이루어진 그 미래를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의 일기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적었고 5년 후 미래엔 특수교사로 장애학생들과 지내고 있었다. 기간이 길게 잡힌 목표도 있었다. 중학생 때에는 각 나라에 한 사람씩 전 세계의 친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고 펜팔을 시작했었던 기록이 있다. 그 후 한국 대표로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국제 적십자사 대회라든가 홍콩에서 열린 국제 장애인 세미나 외에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맞으며 무려 90개국에 달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반면 짧은 기간의 목표도 있었다. 내년에는 유학을 가야지 하는 목표를 적은 기록에 따라 다음 해 일기장을 보니 미네소타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고 박사가 끝나고 “2년 뒤 미국 대학에서 일하겠다”라고 명시한 그 해에 Cal State LA에 교수로 왔다. 꿈들이 하나둘씩 이루어진 데는 물론 노력도 한 몫했겠지만 연구에 의하면 미래에 대한 목표 설정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목표를 세울 때의 모호함이 현재로 다가왔다가 분명한 과거의 사실로 기록된 일기장을 보면서 연구의 당위성을 실감한다.


특수교육에서는 모든 장애학생들이 고등학교를 떠나기 전에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그것을 전환계획 (Transition Plan)이라고 한다. 미국은 장애인 교육법 (IEDA)에 의해 0-22세 사이의 학생들에게 교육 이외의 모든 관련 서비스까지 학교를 통해 의무교육으로 제공되는데 학교를 떠나고 나면 각 서비스 분야별로 정부의 담당기관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이 정부의 의무조항이 아니라 장애인과 부모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요구법으로 바뀌기 때문에 전환계획이 중요하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전환계획을 통해 졸업 후 받아야 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의 담당인이 누구인가를 미리 알아두어 사회복지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고등학교 교육이 끝나고 전공과로 2-3년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업교육 거점학교나 사회적 기업 지원 방안 등 지적장애인들의 취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인 16세 이후의 공교육과 전공과 교육을 전환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 가지를 분명히 하자면 취업분야를 넘어 독립생활, 대학교육과 평생교육, 취미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취미생활과 직장생활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좋아하는 것을 찾아 취미생활로 시작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는 실력이 되고 그 분야에 취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장애가 심해 취업이 힘든 사람의 경우도 좋아하는 분야의 일에 파트타임으로 또는 자원봉사로 사회참여가 가능하고 평생 취미로 "할 일""소일거리"로 질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에만 중점을 두기 전에 어려서부터 반드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전환교육은 특수학생들에게 법적으로 제공되지만 비장애 학생들과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어른들도 항상 미래에 대한 꿈을 적어보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계획해 보는 것부터, 3년 또는 5년의 사업목표나 개인발전의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불확실성의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특히 부모가 먼저 앞장서 자신의 계획을 세우는 모범을 보이는 것보다 더 좋은 자녀교육은 없다. 클린튼 전 대통령도 따라 했다는 자기 계발 방법의 대가인 토니 로빈스(Tony Robbins)는 성공의 핵심 비법은 목표 세우기인데 목표를 일인칭, 측정 가능한 동사, 구체적인 기준, 성취일을 현재형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 내가 세우는 목표는, "나는 한 분야에 15개씩 일곱 분야(특수교육, 전환교육, 부모교육, 행동 분석,  자기주장, 사회교육, 상담)의 105개의 글을 브런치에 쓰고 그중 25%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2022년 5월 15일까지 올린다." 지금부터 목표일까지 374일이 있으니 일주일에 두 번씩은 글을 올리고 동영상 35개 정도를 완성한다는 것이 브런치를 시작하는 시점에 선 나의 목표다. 


이 글은 2007년 7월 10일 자 미주 한국일보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일부 발췌하고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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