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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Nov 03. 2024

인간관계에 나타나는 병

내가 나를 다스릴 수밖에...

 어려서 외로왔던 나는 사랑에 갈증을 느꼈고 늘 관심이 고팠다. 

 가족의 무리 중 가장 몸이 약한 나를 먹잇감으로 포착해 주변을 에워싼 하이에나 같은 돌팔이 의사, 가짜 지리산 도승, 선무당들에게 수많은 공격을 당했다. 그들은 몸서리치게 쓰디쓴 약재를 강제로 입을 벌려 먹였고, 통증이 온몸으로 전달되는 곳만 골라 침바늘로 공격을 했다. 치료에 시달려야 했고, 하물며 어느 누군가 두더지가 몸에 좋다고 하자 온 산을 뒤져 두더지를 잡아오는 땅꾼들도 집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 그래서 그 후유증으로 현재의 나는 육식주의자가 된 것 일가? 


끝없이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에게 날 던진 건 바로 엄마였다. 온방이 찢어질듯한 비명과 한 줌밖에 안 되는 작은 몸으로 발버둥을 치며 엄마에게 고통스러운 그들의 손아귀에서 구해주기를 간구했었다. 목이 쉬고 손가락하나 움직일 기력까지 다 떨어질 때가 돼야 그들의 입질은 끝이 났고, 감사하다며 배웅을 하러 모두들 우르르 나가 텅 빈 방바닥에서 그나마 악마의 손에서 벗어난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의 외로움이 보장된 고독한 공간이 가장 안전하고 평온한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엄마는 난데없이 장애를 갖게 된 나를 고쳐주겠다는 착한 의지로 잔인하리만치 냉정했다. 그렇게 상상을 하기 어려운 고통을 매일 겪어내는 어린 나를 보면서도 그것만이 장애를 고칠 수 있는 길이라 참았을 것이다. 하이에나들에게 물어 뜯기는 것이 나를 낫게 할 거라 맹신하고 있는 무지함과 그들의 무모한 행위가 오히려 다른 상처를 입힐 수 있음에도 냉정하기만 한 엄마의 의도를 가끔 왜곡해 보기도 했다. 내가 가진 장애보다도 장애자녀를 가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하이에나 치료법은 초등학교를 갈 때쯤 되어서야 포기되는 듯했다. 그 대신 보호라는 미명하에 나에게는 24시간 관리 감독을 해주는 언니가 배치되었다. 그것은 친구관계나 사회성계발이라는 빛이 차단된 창살 없는 감옥살이였다. 엄마는 없었다. 커다란 빈집에서 귀신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를 쫓곤 했다. 두려움으로 민감하게 두리번 대다 휘익~하고 귀신처럼 지나가는 엄마의 뒷모습만으로도 신나기도 했고 또 나에게 어떤 치료징벌이 가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난 늘 엄마에게 뭔가 죄를 지어 벌을 받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바쁜 엄마를 이해하려고도 했었다. 


나이가 들고 더 이상 많은 치료나 보호로도 장애가 없어질 수 없다고 엄마가 포기를 하자 나에게는 자유가 찾아왔다. 나는 친구들과 놀고 싶었고 선생님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어 갈급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내가 가진 어떤 것이라도 친구들이 원하면 내주었고 밖에 나가서는 친구들의 모든 비용까지 지불했었다. 그들은 먹고 싶은 것을 "나와"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나보다 가까운 그들의 가족이 있었다. 달력에 빨간색으로 찍힌 그날이 되면 그들은 여지없이 나를 버리고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갔다. "빈집"에서 나는 지루한 빨간 날을 싫어했고 그날이 달력에서 없어지기를 원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주기만 하려 하고 받는데 인색해서 정이 안 간다며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났다.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 잘해주다가 오히려 동료교사를 잃은 것이다. 그 후 무엇을 어떻게 잘못한 것일까 많은 생각을 했고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많은 책을 읽었다. 해리엇 부레커 (Harriet Braiker)의 "Diseases to Please," 내 번역으로는 "비위 맞추는 병"이라는 책을 마주했다. 나의 상태는 질병이었고 신체적 장애보다 훨씬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후 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던 마음을 지웠다. 그리고 혼자 남겨지는 빈방으로 돌아와 평온함을 느끼며 스스로를 치유하곤 했다.


미국 질병청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의 5명 중 1명(19.86%)이 정신적 심리적 질환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길에 걸어 다니는 사람 4명 중 1명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심리질환으로 약을 먹는다. 너무도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에서 낸 2021년 통계에 의하면 남성은 32.7%, 여성은 22.9%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정신건강에 알코올중독과 담배중독까지 광범위하게 포함이 된다는 점으로 한국의 높은 수치가 이해가 된다. 우울증, 불안장애등 심리적 정서적 병이 현대 한국사회에 광범위하게 침투해 있다. 


질병이 생기면 초기나 경한 증상일 때는 휴식과 간단한 약국에서 파는 약으로 털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조금씩 쌓여온 만성상태이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혼자 털고 일어날 수 없다. 반듯이 전문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상담도 받고 꾸준히 약도 복용을 하여 신체적 증상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심리적 아픔이나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질병은 의학적 도움 없이 이겨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상담과 복용약으로만 치유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자신에게 스스로 도우미가 되고 인정해 주고 사랑하는 자신만의 비밀공간과 비법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약을 먹고 상담을 다녀야 하는 심리질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이해가 성숙해진다면 건강한 세상이 될 것이다.


아직도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함께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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