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의 집 전체가 구원되는 선교
그동안 나는 특수목회를 실천하고 있는 많은 교회를 방문했다. 어느 곳에서난 빠지지 않는 문제점 중에 하나가 엄마들이 장애자녀만 교회에 떨구고 본인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협조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학교에 다닐 때 수업을 들은 한 교수님이 지금까지도 생각이 난다. 강의가 지식전달의 의미도 있지만 그 교수님의 강의는 날 생각하고 답하게 만들었던 것이 힘들었으면서도 마음에 가장 많이 남는다. 가장 소중한 그의 가르침 중에 하나인 "성경을 관통하는 한 주제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라고 하는 주문은 결코 한 학기 동안에 마무리할 수 있는 숙제가 아니었다. 그분은 우리에게 목회자로 살면서 꼭 한 주제를 찾아 그것을 통해 성경을 이해하고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후딱 해치워야 놀 수 있는 성격이라 꽤 오랫동안 마음에 걸리는 과제였다.
그분은 성경을 관통하는 주제 중에 자신이 찾은 것은 "Barren" 즉 생명이 살 수 없는 상태의 "메마름"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었다. 마리아가 동정녀로 잉태한 것도 생명이 있을 수 없는 상태였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졌으며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의 몸도 "나이 많아 늙었고 사라의 경수는 끊어져(창 18:11)"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하나님의 축복과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성경의 모든 말씀들을 보면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해지는 "메마름"의 상태가 되었을 때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한다는 것이었다.
신학교를 갈 때나 올 때나, 세속의 대학강의를 갈 때나 올 때나, 앉으나 서나, 운전을 할 때도 늘 "숙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교수님과 같이 유명하고 유능하신 신학자며 목사인 분이나 찾을 수 있는 것이지 세속적인 내가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투덜댔다. 그래도 머릿속에서 맴돌아 평생의 숙제에 갇혀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아도 한민족의 DNA를 속일 수 있을까? 드디어 나는 "빨리빨리"를 성경 전체를 꿰뚫는 주제라고 장난반 진담반으로 답을 찾았다.
믿음을 갖기 위해서 두드려보고 찔러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다. 하지만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역시 "빨리빨리" 한방치료인 것이다. 사울이 예수를 믿는 자들을 박해하며 잡으러 가던 순간 갑자기 빛을 보고 "바울"로 새로 태어났다. 바울은 그날로 12명의 제자보다 예수님의 전도에 앞장서는 지도자가 되었다. 베드로와 그의 형제도 "나를 따르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하는 한마디에 "즉시" 그물을 버리고 따라나섰다.
예수님을 향한 믿음이나 순종은 많은 시간을 두고 이리저리 재고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계산을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우선 부르심에 "예"하고 빨리빨리 따라나서고, 해야 하는 일이 주어지면 바로 빨리 일어나 시작하는 것이다. 밭은 맬 때도 "예" 하고 "빨리빨리" 뛰어가 일해야 하고 아브라함처럼 외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에 두말하지 않고 "빨리" 산으로 아들을 데리고 가는 결단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장자(莊子)는 "날개이야기"에서 사랑을 할 때 상대방을 다 알고 나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사랑에 자신을 던진 후에 차차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말한다. 당연히 인생도 알고 나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장자의 설명은 은유법으로 아름답게 표현을 한다. 첫눈에 반한 사람에게 목숨을 걸 정도로 뛰어드는 모습을 마치 날개를 가진 새가 나르는 것보다 날개가 없는 인간이 뛰어내리는 하는 용기와 믿음, 사랑을 위대하다고 설명한다.
서양철학의 이성주의를 대표하는 헤겔은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통해 절대정신, 즉 신에 이른다고 설명하지만 실존주의의 선구자인 키르케고르는 헤겔과 반대되는 설명 한다. 이성의 힘으로는 결코 신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그냥 신을 믿고 신에게 몸을 던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어렸을 때 동경했던 이성주의를 버리고 나이가 들며 실존주의적인 키르케고르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것이 바로 장자가 "믿고 비약하는 것"이고 "먼저 사랑하고 알아가는 것"이며 내가 찾은 성경의 "K-빨리빨리"와 믿음 생활의 관계이다.
특수선교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신앙생활과 보호활동에 초점을 두는 것을 넘어서 그의 가족 모두가 장애인의 믿음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선교의 폭을 넓혀야 한다. 부모들도 먼저 장애아동의 교회 활동에 뛰어들고 차차 믿음생활을 알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도 재미있어하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활동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교회에 와서 믿음이 있는 사람이던 아니던 누구나 와서 실컷 수다 떨고 속상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 "오수정" (오고 가는 수다 중에 정답이 있다)을 만들기도 했다.
장애인이 가족 어느 누구보다 먼저 믿음을 갖게 되고 믿음을 통해 그와 그의 집이 구원을 얻는 기회 (사도행전 16:31)가 될 수 있도록 특수목회의 범위는 반듯이 부모와 형제자매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장애아 부모들에게도 장애에 대한 바른 지식과 가정교육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예배 이외에도 교회가 참여하는 활동의 폭을 넓혀 부모를 위한 교육기회나 형제자매들의 상담과 그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들도 있어야 한다.
장자의 날개 이야기는 그렇다. 모르는 곳에 대한 두려움을 박차고 절벽 저편으로 뛰어 넘어가 새로운 세상에 가더라도 그곳이 지금 있는 곳보다 반듯이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한다. 예수를 믿기 전과 후에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고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의심과 무관심과 게으름을 뛰어넘어 조금씩 알아가는 기회를 마련하며 장애자녀의 믿음을 통해 그들까지도 함께 구원에 이르는 특수목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