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스트레스!
정년퇴임 후 잠시 스트레스를 옆으로 밀어둔 자유가 좋았다.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고자 계획하는 일은 많았지만 평생을 받쳐온 일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그렇게 살 줄 알았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잠시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을 하는 기분이 참 좋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반사적으로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강박으로 깜짝 놀라다가는 "아니지.." 다시 누울 수 있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말 새로운 것은 아니다. 17년 전쯤 첫 페이지를 써 놓고 컴퓨터 어딘가에 있는 소설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펴들 때만 해도 이것이 새로운 나를 찾게 될지 몰랐다. 강의를 싫어한 적은 없었고 준비를 소홀히 한 적도 없었고 그것이 천직이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좋은 마무리를 했다고 자부했고 하지 못했던 일들도 소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소설을 배워가며 쓰려니 강의하던 일을 그만두고 글로 표현하는 일로 이직이었음을 느꼈다. 난 남들만큼 어휘력도 좋지 않다. 그래서 좀 생뚱맞은 새로운 느낌이긴 하다. 17년 전 시작된 첫 장을 이어가려는 단순한 생각에서 두 번째 소설을 먼저 쓰게 되었다. 아직도 어휘도, 글솜씨도, 철학도, 모든 것이 "대충"이다. 공부하면서 하지 하는 생각으로 첫발을 내딛고 보는 것이다.
첫 작품이 "이거 말고 딴 거"라는 제목의 소설을 4월 첫 주일부터 연재한다. 그 소설의 부제는 "선택의 예술에 대하여"인 것처럼 자신의 꿈을 향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코미디로 푸는 소설이다.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청년만을 향한 것만이 아니다. 주인공인 나도인은 57세에 교수직을 떠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장년의 체험 이야기로 등장한다.
소설을 쓰며 작가들은 자신의 소설로부터 배운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의미를 확실히 느꼈다. 노년에 들어서서도 자신이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꿈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아니 늦은 나이에 꿈을 찾은 나를 격려하고 과감히 내디딘 발걸음을 스스로 칭찬하기 위해 나에게 컴퓨터를 미리 당겨서 선물을 했다. 벌써 4일째 셋업으로 힘을 쓰고 있다.
며칠만 더 집중을 하면 준비완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