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삶의 설계도
미국 장애아 교육법에서는 0세에서 22세 사이의 장애학생에게 공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0-5세는 유아특수교육(Individualized Family Service Plan: IFSP)을, 6-18세는 특수교육(Individualized Education Plan: IEP)을, 16세 때부터 전환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18-22세 때는 전환교육(Individualized Transition Plan)을 중점으로 한 특수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세 가지 교육 단계가 각각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데 유아특수교육에서는 반드시 부모와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계획으로 3세 때 공립학교로의 "전환"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수교육은 기본교과 교육과 관련 서비스의 두 축을 이루게 되는데 관련 서비스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심리치료, 특수체육, 보조공학 등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는 치료교육이 동반되게 된다. 고등학교로 진학이 되는 16세에는 IEP에 일반사회로의 "전환"을 계획하는데 전환계획은 고등교육, 취업, 독립생활, 취미생활, 지역사회생활 분야를 지원하는 성인서비스 기관들과의 연계를 포함해야만 한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특수교육이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나의 개인 생각으로는 양적인 면에서 미국이 더 폭넓은 장애학생들에게 특수교육을 마련하고 있지만 특수교육의 질적인 면으로는 두 나라 간에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의 장애아 부모들이 개별화된 특수교육과 관련 서비스에 대해서는 적절한 권리 주장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환교육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장애자녀의 미래를 위한 권리 주장을 못하고 있다. 자녀가 아직 어린 학령기에는 눈에 보이는 학습상의 문제나 행동상의 문제가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관심과 걱정의 주를 이루지만 먼 훗날이라고 생각되어서인지 자녀의 앞날에 대한 구체적인 위기의식은 없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당장 갈 곳 없이 매일 집에 앉아 있는 순간부터 장애부모의 걱정은 현실화되고 그 걱정은 장애를 가진 자녀의 나이가 들수록 가중된다. 졸업한 장애인들은 친구도 없이 가정에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점과 오랫동안 특수교육을 받고 졸업을 한 후에도 혼자 살 수 있는 능력도 갖추지 못했고 직장도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 산다는 점이다. 학령기에는 특수교육이 모든 장애학생의 권리이며 학교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아동에게 필요한 모든 교육과 관련 서비스를 교사가 주축이 되어 학교에서 마련해 주지만 성인장애인 서비스는 장애인과 그 부모가 각 기관을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요구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어느 기관에서 어떤 서비스가 마련되는지 그 정보를 얻는 것도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장애인 등록제가 있어서 주민센터와 복지관등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들이 마련되고는 있으나 학교교육과 같은 수준의 평가, 교육, 관리 등이 체계적이지는 않다. 미국에 경우에는 자립생활에 관련된 것은 리저널센터(Regional Center)를 가야 하고 취업은 직업재활과(Department of Rehabilitation)를 가야 하고 생활보조비는 사회보장 기관(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등으로 성인 복지 서비스가 분산되어 있어 더욱 힘들어 전환교육을 통해 졸업 전에 미리 성인 기관과의 연계까지 계획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졸업 후에 장애인과 그 가족이 서비스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나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아 사회에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장애인이 가정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졸업 전에 장애아동이 성인이 되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전환교육은 직업훈련을 하는 것이나 독립생활에 필요한 기능교육만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다. 물론 독립적인 삶을 이루는데 필요한 개인위생, 사회성, 개인생활, 요리하기, 청소하기 등의 기능교육과 취업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취업안내, 지원고용 등을 전환교육 기간 중에 다루게 된다. 또한 취미생활과 지역사회에 있는 기관의 이용방법과 교통수단의 활용과 읽기, 쓰기, 셈하기의 기본적인 교육내용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목표로 성취하는데 필요한 포괄적인 교육내용을 포함한다. 그러나 전환교육은 성인이 되어 필요한 기능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외에 사회복지 성인서비스를 미리 알아보고 연결하는 필수적인 교육이다. 그러므로 전환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교육내용보다도 미래를 계획하는 전환교육 계획서 그 자체이다. 전환교육 계획은 아동 개개인의 능력과 흥미와 적성을 토대로 미래의 목표를 결정하고 성인으로 필요할 여러 사회기관의 서비스를 알아보고 각 기관에 미리 지원서를 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정확하게 기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재학 중에 전환교육계획 회의에 각 관련기관 책임자의 참여를 촉구하고 각 기관에서 맡은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감독하는 것이 바로 전환교육계획의 가장 핵심인 것이다.
전환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자녀를 보는 부모의 새로운 시각과 가정에서의 교육방법에 변화를 위한 결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항상 어리다는 생각과 안쓰러운 마음에서 그저 도와주고 보호하는 차원을 벗어나 자녀가 점점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고 부모가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장애아동이 살 곳을 마련하고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도록 부모의 그늘에서 과감히 떠내 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생활중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찾아내는 것과 어려서부터 조금씩 아동이 직접 해보며 성공을 경험해 보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태도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일관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 결국은 졸업 후 얼마큼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게 준비하는 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전환교육 계획이다.
이 글은 남가주 밀알선교단의 밀알보 2014년 1월 3일 자에 게재되었던 글을 업데이트하였습니다. 장애인의 질 높은 삶에 대한 강의는 https://www.youtube.com/watch?v=S9aguMm6vpo&t=3s (20:00)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