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내가 특수교육과 교수라는 것을 아는 미국 친구들이 가끔 자신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나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한다. 일반학급에 통합이란 이름으로 불쌍한 장애학생들이 교사의 손이 덜 가기 때문에 학습권에서 교육기회를 잃고 있다며 그들을 위한 특수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자기는 생각하는 내 의견을 어떠냐는 것이다. 벌써 사오십 년째 찬반의 의견이 오가고 있는 문제라 쉽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강제로 통합을 강요해 실천하는 곳도 있고 별생각 없이 분리교육을 그대로 답습해 유지하는 곳도 많다. 분리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강조하는 것은 장애학생의 학습이다. 과연 우리가 공부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학술적인 의견이나 장애학생에게 무엇이 더 좋을지에 대한 쟁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겪은 이야기로 대신한다. 난 장애 때문에 어려서 가족과 떨어져 병원 옆에서 컸다. 오빠 4명과 언니가 있어도 함께 한 시간이 없다. 가끔 내가 사는 곳으로 엄마가 나보다 2살 많은 넷째 오빠를 데리고 방문을 했었다. 유모와 살던 나는 엄마를 맛있는 것도 사 가지고 오고 용돈도 주고 생활비도 주는 마음씨 좋은 아줌마로 알고 "아줌마"하며 반겼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깔깔대고 웃었다. 엄마를 못 알아본다며 재미있어했다. 유모가 돌아가시고 나는 5살이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들은 너희 집이 가난해 날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집으로 데리고 온 거라 했고 몸이 불편한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아니 난 그냥 그들의 삶 속에 보이지 않았다. 짓궂은 놀림보다 더 힘든 건 혼자라는 점이었다. 오빠들이 즐겁게 노는 것도 심하게 싸우는 것도 늘 보이지 않는 제삼자가 되어 멀리서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들과 나의 삶은 교차되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 자립을 하면 나만 미국에 뚝 떨어져 있다. 한국에 오빠들과 언니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또 아이를 낳고 얽히고설켜 싸우기도 하고 서로 미워하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을 본다. 그게 삶이 아닐까?
장애학생을 분리해 내어 열심히 가르친다고 일반사회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게 될까? 통합되어 교사의 손길을 좀 덜 받는다고 학력이 떨어지고 잠재력이 사라지는 것일까? 비장애학생이 같은 반에 통합되어 있는 장애학생에게 교육시간을 빼앗겨 학습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교사가 45분 동안 주입을 한다고 학생이 주입된 내용을 다 기억하고 활용할까? 주입식 교육은 학문적으로도 좋은 교육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쟁 중심의 교육의 비판은 이어져오고 있다.
솔직이 정확한 교육목적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지시해 주고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는 교육을 할 때 참 교육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히려 45분 내내 교사 주도의 교육보다는 학생이 생각할 여유와 탐구할 수 있는 실천학습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아이러니하지만 학생들에게 그러한 창의적 교육시간을 줄 수 있도록 장애학생이나 개인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교사의 시간을 좀 가져가는 통합교육이 비장애학생에게 최상의 교육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더욱 나아가서는 자기보다 잘하는 아이를 경쟁상대로 늘 고군분투하며 떨어지는 자존감을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친구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존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이타심의 계발까지 시켜주니 진정한 미래사회에 필요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현장이 된다는 점이다.
매슬로 (Maslow)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애정(사회적)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5단계로 분류하고 하위 단계의 욕구가 먼저 채워져야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한다고 설명을 한다. 그래서 많은 복지행정이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에 치우쳐있다. 교사 주도 교육에 익숙한 우리는 주어진 교육시간 내에 알려주는 매슬로의 욕구의 5단계만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의 이론에도 예외조항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에 따라 추구하는 욕구의 단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인데 바로 옛날에 가난한 선비가 맹물만 마셔가면서도 가문을 위한 존경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만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을 쓰는 예외조항이 복합성이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제적 활동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안전, 애정, 존경, 자아실현 등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 글을 쓰며 지금 막 깨달았다! 밥 세끼에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돈을 벌어 쌓으려고 하나 궁금했는데 바로 그것이 생리적 욕구만이 목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그들을 돕는 복지행적이 생리적 욕구에만 치중해서는 안된다. 매슬로가 자신이 주장한 이론과 함께 설명한 예외조항까지 공부해 보자. 그것은 바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갖고 또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통합학급이 서로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높은 자존감과 이타심을 장착한 시민으로 성장해 보다 살기 좋은 통합사회를 이루는 참 교육이라 생각하다. 생각해 보자. 앞으로는 가상현실 속 AI 친구와도 우주인 친구들과도 통합을 해야 할 시대가 바로 코앞이다.
그림 출처: Image by Pete Linforth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