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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주 Dec 31. 2023

신년계획과 전환계획

어떤 계획으로 하는 게 좋을까?


용의 기운으로 휘감겨 구름을 타볼 수 있을 것 같은 갑진년 새해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인생 전체를 보면 아무도 피할 수 없고 누구나 겪어내야 하는 변화가 있다. 가정에서 사랑의 권력자로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는 자유로운 생활에서 처음으로 규율이 있고 다른 아이들과 장난감도 선생님의 관심도 나누어야만 하는 변화는 태어나 5-6년 후면 유치원 입학으로 다가온다.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 같은 반에서 지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에 적응할 만 해지면 5-6년 후에 여지없이 공부하는 내용도 어렵고 시간마다 다른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중고등학교 생활로의 변화가 다가온다. 그 후 5-6년이 지나면 성인이 되어 어른들의 보호를 떠나 스스로 살아내야 하는 전혀 다른 세상인 대학교로 가거나 어떤 사람들은 취업을 통해 사회 속으로 나가게 되는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취업 후에 한 5-6년이 또 지나고 안정을 찾게 되면 결혼 연령이 되고 가정을 떠나 독립을 하는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또한 직장에서도 승진을 하고 새로운 직무가 주어지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하직원들이 생기는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그 이후에도 보면 대충 5-6년을 계기로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자녀를 통해 또 한 삶의 5-6년 간격의 변화를 다시 맞닥뜨리게 되고 드디어는 정년으로의 변화를 한다.   


교수로 지낸 나의 삶 속에도 5-6년마다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또 정교수로의 변화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고 학생들도 4-5년마다 졸업을 하고 또 다른 새그룹의 학생들을 맞이하곤 했다. 하물며 대학의 교사자격증 과정도 거의 10주기로 사회의 요구 변화에 따른 새로운 교육목표를 반영해 새로운 교사자격증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맞았다. 처음 교수를 시작했을 때는 지체장애, 학습장애, 시각장애, 정신지체등 장애 영역별 교사자격증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후 장애 영역보다는 경중도와 중중도의 장애 정도에 따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사자격증 프로그램이 바뀌었고 그 후 아동의 장애에 초점을 둔 교육방법에서 각 장애아동의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교육적 도움의 정도에 따라 "경중도 도움 특수교육"과 "큰 범위 도움 특수교육"을 적용할 수 있는 교사자격으로 바뀌었다. 교육과정이 장애특성을 중심으로 한 지식을 가르치는 방법에서 장애를 도와주는 교육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육방법으로 교사자격증의 지식과 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치게 자꾸 바뀌는 것이다. 교수를 하면서도 한숨도 쉴 수 없게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고 새로운 평가에 적응하는 격동의 시간의 연속이었다. 


매일 같은 일로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도 가만히 돌아보면 바람 잦을 날 없이 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변화의 중심 속에 사는 우리는 새해를 앞둔 연말에는 늘 의례적으로 신년계획을 세우곤 한다. 뭔가 한해를 뒤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해 본다는 의미에서 한 번이라도 숨을 고르며 삶 속의 나를 돌아보는 너무도 좋은 시간이고 너무도 가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연초에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고 비장한 결심을 하는 것에 비해 끊이지 않은 "작심삼일"의 미스터리는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와 마치 당연한 듯 합리화의 편안함으로 또 한해에 적응하게 한다. 그것이 통계로도 확실하게 드러나는 뉴스에서 쉽게 들어 볼 수 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새해에 건강을 목표로 새해 첫 며칠 동안에는 헬스장이 북적대지만 2-3일이 지나면 썰물 빠지듯 사람들의 빠져나가 회원권 구입비만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한번 크게 웃고 공감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가게 된다. 우스개 소리로 결심했던 일이 삼일 만에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삼일이 지나기 전에 다시 결심을 하고 또 결심하기를 계속하면 매번 3일이 연장될 테니 계속 결심을 하라는 해결책을 내놓기도 한다. 나는 특수교육 방법의 하나를 활용해 신년계획과는 조금 다른 “계획"과 "해결책"을 추천하고 싶다.


교육의 목적은 멀리 보면 초중고의 12년의 청소년기 동안 성인사회에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과제들을 아동발달에 근거해 12년으로 나누어 각 연령대에 학습해야 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르친다. 교사는 각 학년에 주어진 교육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교육의 긍극적 목적인 성인이 되었을 때 각 개인에게 필요한 기능과 지식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하는지 돌아보기 힘들고 어떤 학생에게는 지루하기만 한 복습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비장애학생들의 경우는 사회에 나가 쉽게 새로운 기능과 지식을 배우기도 하고 배웠던 기초지식을 일반화해 사회에 적응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학습위주의 교육만으로는 성인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 


미국의 특수교육에는 16세가 될 때부터 반드시 졸업 후에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성인사회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가르치는 전환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교육의 개념은 장애학생들에게 필요한 특수교육이라기보다는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기에 모든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누구나의 삶에 찾아오는 큰 변화에 잘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인 것이다. 전환교육은 보통 16세 때에 21세 이후 성인으로서의 삶을 큰 목표로 세운뒤에 매 1년마다 성취해야 할 단계의 목표를 세우고 그 안에 6개월이나 3개월의 단기목표를 세우게 된다. 즉 5년 후 사회에 나갔을 때 각자 원하는 삶의 모습을 목표로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한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 안에 단기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바로 장기목표를 두고 단기목표를 계획하는 것과 성취과정을 스스로 평가하고 운영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자기 결정능력"이며 사회에 나아가 자신의 권리와 필요성을 알릴 수 있는 "자기주장"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전환교육이다. 전환계획을 가진 학생들이 더 효과적으로 자신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교육효과를 성취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갑진년 2024년에 나는 정년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 변화를 대비해 4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 왔다. 정년 나이가 정해지지 않은 미국대학에서 일하는 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절대로 정년을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며 정년을 하고 나면 할 일이 없고 생각보다 빨리 퇴보할 것이라고 경고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한 조언에 귀가 솔깃하게 되는 것은 내가 처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 말에 잘 맞는 듯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처럼 의리와 정으로 뭉쳐진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관계가 만들어 지지도 않았고 연구로 대화하고 의논하는 동료애도 없으니 정년을 하면 그날로 학교와는 이별인 것이다. 게다는 나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많지 않아서 혼자 집안에서만 살 것이 불 보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앞이 안 보이는 와중에도 나는 배운 대로 새로운 변화를 대비하는 전환계획을 만들고 준비했다. 나도 전환계획을 세우던 초기에는 앞이 깜깜했다. 과연 무엇이 가능할까 하며 전환계획도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있었다.  


그 초기 때 제일 처음 만난 것이 브런치였다. 글을 통해 많은 사람과의 소통이 가능하겠다는 생각하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교육이념으로 중요시 생각하던 사회교육에 대한 꿈을 목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소개할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도 있게 되었고 한국뿐만 아니라 브런치와 비슷한 미디엄이라는 영어사이트도 찾아 미국인을 위한 사회교육도 계속하겠다는 계획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회교육에 대한 많은 서적을 읽고 배워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지난 30여 년 훌륭한 시민운동가 친구 분으로부터 좋은 서적을 소개하는 인터넷 주소도 소개받았다. 새로운 삶의 앞이 보이고 마음이 든든해졌다. 덕분에 6월에 다가와 펼쳐질 새로운 삶을 기대와 흥분되고 설렌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연초에 의례적이고 뻔한 미시적인 신년계획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목표를 향한 전환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과감하게 권할 수 있다. 어느 해에 좀 늦어도 다음 해에는 힘을 내어 목표를 성취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작심삼일의 신년계획보다는 나를 내가 원하는 목표에 올려놓을 수 있는 5년의 전환계획을 정하는 방법을 이번 용의 기운을 받아 모든 사람이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Happy New Year,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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