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o Jun 03. 2024

내가 돌아온 길: 실리콘밸리 15년의 도전기

한국에서 실패한 삶, 도망치면서 시작된 이야기

어떤 큰 포부나 계획 없이 도망치듯 실리콘밸리에 도착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던 반골 기질을 핑계로 많은 이들을 실망시킨 청춘을 보냈다. 미국이란 나라는 영화에서나 봤고 여행으로도 엄두 내지 못한 곳이었지만, 결국 어떤 계획이나 포부없이 동네에 위치한 어학원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어학원에 들어가서 안내를 받고 상담이 시작됐다 "미국에 유학가고 싶은 이유가 뭐에요?" 대답을 머뭇거렸다. "음 아직 잘 모르겠어요. 미국에 기회가 많을거 같아서요" 나를 보는 어학당의 직원의 표정은 적잖아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추천 받은것은 영어를 가르치는 어학원이였다. 대학도, 대학원도 아니였지만 내가 가진 돈으로는 너무 큰돈이었다. 알바를 하더라도 족히 일년은 벌어야했고 당장 떠나고 싶은 나의 급한성격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였다. 부모님께 손벌리는게 유일한 방법이였다. 이미 나에 대한 신뢰가 깨졌던 부모님이라 설득이 쉽지않을걸 알았기에 마지막 기회라며 거창한 계획을 장표에 정리해 설득했다. 하지만 사실 아무 계획이 없었고 그냥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그 절실함으로 미국 취업이라는 단어를 핑계로 설득해냈다. 부모님은 믿지 않았고, 얼마나 절실하면 저럴까 하며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고 지원해줄게”라며 허락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도 너무했다. 그렇게 미국행 비행기를 끊자마자 꽉 막혀 답답했던 가슴에 숨통이 트인 기분이 들었다.


나를 최근에 아는 사람들은 내가 순탄하게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15년 전 이곳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UX 디자인 분야가 막 시작되었었기 때문에 그만큼 공유된 정보나 이해도도 많이 없었고, 멘토 또한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헤매고 돌아오는 길에 수치심과 창피함도 많이 느꼈으며, 심지어 극도의 스트레스와 압박감 때문에 구토까지 하며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처절하게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번만 넘기자’라며 한 고비 두 고비를 넘기며 어찌저찌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되돌아보니 억지로 나만의 길을 찾으면서 결과적으로는 이룬 것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땐 몰랐지만 그 과정들을 겪었기 때문에 더 단단한 나만의 노하우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던 것 같다.


힘들었을 당시마다 왜 나는 항상 이런 시련을 겪는 건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에 언젠가 이야기할 날이 있겠지’ 싶어 시작한 노트 테이킹 습관 덕에 이런 과정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었다. 개인 노트에는 430개의 짧고 긴 실패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런 실수와 실패들이 쌓이니 큰 덩어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러한 실수와 인사이트를 공유함으로써, 출판과 강연 등 여러 활동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출판 얘기를 시작했을 땐 “내가?” “남들이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라는 물음에 망설였지만, 노트에 저장된 나만이 아는 이야기가 아닌 비록 한 부가 팔리더라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야기로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은 내 착각과 무지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제 돌아보니 그것들이 내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길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나만의 메이저리그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들은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용기가 20대 중반 유학을 결심했을 때의 나와 현재 유학이나 해외 취업을 위한,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되기를 바라며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부터 나의 실패들과 깨달은 교훈들을 브런치와 책에 차근차근 정리해보려 한다.


용기를 가지고 한국에 계신분들과도 소통을 하고싶어 브런치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공유할 계획이니 궁금하시면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