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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pr 21. 2020

5. 나는 나로 살고 싶다는 너에게

찬희에게

5. 나는 나로 살고 싶다는 너에게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귀하고 값진 삶이다.

오빠의 동생이나 엄마의 딸로서가 아닌 너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엄마는 깜짝 놀랐다. 착하고 공부 잘하는 오빠로 인하여 항상 오빠의 동생으로 인식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너만의 독특함이 있고 매력이 있는데 사람들은 너에 대하여 알려고 하기보다 오빠의 모습을 너에게 투사시키며 “너도 오빠 닮았으면 공부 잘하겠구나.” “너도 오빠 닮아서 착하구나” 등등 항상 오빠의 동생이기 때문에 이럴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래도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나는 나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내가 나로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조금 더 잘 보이기 위해 옷에 신경을 쓰고 화장을 하며 성형까지 한다.     


 그런 삶에는 내가 없다.    


 도서관에서 글쓰기 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함께 공부하던 사람이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청바지와 티 입고 다니면서도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화장 안 하고 옷 갖추어 입지 않으면 밖에 나올 수가 없다고 하면서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외모에 신경을 쓸 시간과 돈이 없어서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다니던 것이 습관이 되었을 뿐인데 비결이라니…


 지금까지 엄마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 안의 나를 만들어 가는데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투자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아름다울 테니까^^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페르소나라고 한다. 엄마 세대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다르게 행동하는 정도로 인식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가면이 아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2020년 소비 트렌드 전망, 두 번째로 ‘멀티 페르소나’를 이야기한다. 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는 것이다. 그러다 스스로도 어떤 모습이 진정한 자기인지 혼란스러울 것 같다.    


 “엄마 앞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 앞에 있는 나는 달라. 지금의 내 모습이 전부는 아니야.” 

하던 너, 초등학교 3학년인 그때에, 너는 이미 상황에 따른 가면을 쓸 줄 알았던 것일까?    

지금의 너는 엄마와 여러모로 다르다. 화장하고 옷을 갖추어 입고 외출하는가 하면 한 가지 음식을 해도 레시피에 따라 만들고 레스토랑 분위기로 차려 놓고 먹는다. 이제야 비로소 네가 너로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네가 너로 살게 되어 다행이고 엄마를 닮지 않아서 다행이다.

-무조건 너를 지지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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