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길 조경희 Sep 13. 2021

세 치 혀의 능력

말씀쿠키153

작고 가벼워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 치 혀,

그 혀로 뱉어내는 말 한마디에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삶을 선택하기도 하지요.

말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슴 깊이 박혀서 오랫동안 괴롭혀요.


제가 그랬거든요.

말의 상처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화가 나면 아무 말이나 마구마구 쏟아내고

돌아서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다감하게 말하는 사람을

쿨한 사람이라고

자기는 뒤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었고

오히려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끙끙대는 제가 꽁 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아니었어요.

그게 아니었어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사회적으로 언어폭력이라는 단어가 공식화되고 나서야

상처 주는 말도 폭력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치 혀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악성 댓글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그 증거예요.


요즈음 아이들은 욕으로 말하고 욕으로 대화한다고 해요.

저도 가끔 중1 아이들이 서로 욕으로 말하는 것을 들어요.

그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중단시키는데

제가 없는 곳에서는 그리하겠지요.


화장실 문 안쪽에도 말하기 10 계명을 써서 걸어 놓았어요.

볼일을 보면서 매일 보라고 걸어 놓았는데

보는지 안 보는지 모르지만

아이가 욕을 할 때

화장실 문 안쪽에 걸어 놓은 말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보긴 본 것 같아요.


가랑비에 옷 젖듯

어떤 말을 해야 품위 있고 교양 있는 사람이 되는지

몸으로 습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사회복지시설에서 성장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아이들이니

말과 행동이 품위 있어야

그나마 존중받으며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치 혀가 한 사람의 품위를 결정하고

 치 혀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해요.

물론 세 치 혀로 멀쩡한 사람 죽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내 몸의 작은 지체인 세 치 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소득에 공의를 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