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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01. 2021

고아와 과부

말씀 쿠키 153


지금 고아와 과부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고아원이라는 단어는 보육원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과부는 1인 가구 정도로 표현할까요? 아님 다른 단어가 있는데 제가 모를 수도 있고요.


 어쨌든 고아와 과부라는 말을 들으면 불쌍하다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여자들도 경제활동을 해서 혼자 살아갈 수 있지만, 예수님 시대에도 그랬고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너무나 어려웠어요. 유년시절 동네에서 어머니를 통해 혼자 사는 아주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동네 아저씨들이 유혹하고 응하지 않으면 이상한 소문내고 그랬는데 지금도 여자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참 힘들어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야 조금 수월하겠지만 노동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들은 자기를 보호할 보호막 없이 살아가는 것과 같아요.


 어머니가 아랫목에 누워 있어도 신랑이 있는 것이 났다. 여자는 남편 그늘에서 산다고 말씀하셨나 봐요     


고아도 마찬가지예요. 보육원이나 그룹홈에서 성장하여 자립하면 자립정착금을 천만 원씩 주는데 그 돈을 노리는 사람이 있어요. 같은 보육원에서 성장한 형일 수도 있고 친부모일 수도 있고 사정을 잘 아는 다른 어떤 사람일 수도 있어요. 자기 돈을 지켜낼 힘이 없는 아이는 고스란히 돈을 빼앗기고 방황하며 흔들리기도 해요. 제가 돌보는 아이들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돈 관리에 대하여 단단히 알려줘요. 끝까지 지켜주고 싶지만 일단 제 곁을 떠나면 한계가 있어요.      


오늘은 또 한 아이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날이에요. 저 또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고요. 가정위탁부모로 시작해 한 아이를 준비되지 않은 원가족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그룹홈을 시작했고 또 한 아이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지 않기 위해 친양자 입양을 했어요. 6개월 간의 긴 여정을 끝내고 오늘 확정증명서를 발급받아 면사무소에 제출하면 주민등록 등본상에 동거인에서 자로 바뀔 거예요. 여덟 살 소리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동거인에서 자로 바뀌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얘기해주었는데 귀담아듣고 기억해요. 

언제쯤 친아들이 되느냐고 묻고 또 물어요


제가 하는 일은 작고 작아 보이지도 않지만 한 아이에게는 우주만큼 큰 일이에요. 

세상이 아닌 한 아이를 보며 우주만큼 큰 일을 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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