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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08. 2021

잘 듣는 귀

말씀 쿠키 153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듣는데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듣는다고 다 같이 듣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말한 의도와 다르게 듣고 이해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사는 곳이 시골 마을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하고 시간이 걸려서 온라인 수업을 할 때나 방학 때 중1 아이들 컴퓨터 학원 가는데 태워다 주었어요. 무기력증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오직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뒹굴뒹굴하던 한 아이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엇인가를 하도록 했더니 독수리를 벗어났어요. 조금 더 나아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컴퓨터 활용 능력 과정을 거쳐 포토샵을 하는 데 갈 때마다 안 가면 안 되냐는 말을 하는 것은 벗어났는데 온갖 이유를 붙이며 꾸물대는 것을 보면 ‘너 가지 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몰라와요.


금요일에는 4시에 간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는데 4시 10분이 되도록 준비가 안 되고 느릿느릿 왔다 갔다 해서 4시에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4시에 준비하라고 들었다고 해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아이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이제는 스스로 ‘저 컴퓨터 학원 갈 건데 태워다 주실 수 있어요?’라고 말할 때만 태워다 주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때도 제가 운전하고 나갈 상황이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고요. 아이의 얼굴이 굳어지고 말이 없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약속 한 시간을 어기는 것은 일도 아니고 제가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깰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남의 시간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바라는 마음으로 내린 조치인데 아이가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또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서 우길지도 몰라요.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다른 아이와 선생님을 한자리에 모이도록 해서 이야기했으니 엉뚱한 해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으리라 기대해봐요.


아이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은 어려워요.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렵고요. 마찬가지로 제가 하는 말을 아이들이 듣고 이해하는 것도 다 달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들을 귀라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말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듣는다는 것인데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인지하며 듣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오늘은 들을 귀를 준비하고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는 하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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