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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09. 2021

무엇을 입을까?

말씀 쿠키 153



의(衣) 식(喰) 주(住)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식과 주는 다른 사람에게 확 눈에 띄지 않아요. 그런데 의(衣)는 어디를 가나 눈에 먼저 띄게 돼요.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첫인상이 달라지고 첫인상은 선입관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옷을 잘 못 입어요. 가난한 농부의 둘째 딸로 태어나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 입었고 성장해서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공부하는데 쥐꼬리만 한 월급의 대부분을 사용했어요. 어머니는 그런 저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지요. 삼일 굶는 것은 몰라도 행색이 초라하면 가난이 머리 뒤통수에 따라다닌다고 아주 싫어하셨어요. 심지어 막내 여동생 결혼식에 한복 입고 와야 한다고 하시고 꽁지머리 묶고 다니는 남편에게는 머리 자르고 양복 입고 올 것 아니면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하실 정도예요. 당연히 남편은 꽁지머리도 자르지 않았고 결혼식에 가지 않았지요.


옷을 사 입을 기회가 많이 없었던 저는 여전히 옷을 사 입을 줄 몰라요. 저에게 어울리는 옷이 어떤 옷인지 어떻게 위아래를 맞추어 입어야 튀지 않으면서 예뻐 보이는지 감각이 없어요. 그저 편한 옷, 세탁기에 마구 돌려도 괜찮은 옷이 좋아요. 나이가 있고 위치가 있어 공식석상에 갈 때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옷을 입고 가기 위해 한 두벌 준비해 두고 입는데 10년이 지나도 새 옷 같아요. 평소에 즐겨 입지 않으니 옷이 해지지 않았는데 세월이 흘러 유행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수거함에 넣고 새로운 옷을 사는 일도 있어요.


오늘의 말씀은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요. 들풀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나름의 아름다움으로 꽃을 피우는데 사람은 어떤 옷인가 입어야 해요. 그 입는 것에 따라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가 느끼는 감정도 완전히 다르고요.


저는 믿음이 작은 자인가 봐요. 

어울리는 옷을 입을 줄도 모르는 제가 오늘도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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