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길 조경희 Nov 13. 2021

오른손과 왼손

말씀 쿠키 153

이번에 특별한 선물을 받았어요. 무슨 전시회 같은 곳에 놓일 법한 ‘윌넛 탁자’ 예요. 설치하시는 기사님이 천연 오일로 마감했기 때문에 물티슈를 사용하면 코팅이 벗겨진다고 수건에 물을 묻힌 다음 꼭 짜서 닦아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보면 볼수록 고급지고 멋진 탁자, 기사님께 살짝 가격을 물어보니 백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이라고 해요. 이렇게 고급진 탁자를 선물해주신 분은 안성 죽산 목공소 사장님이세요. 기부하면 현수막 들고 사진 찍고 그것을 홈페이지에 홍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죽산 목공소 사장님은 달랐어요. 


사장님은 뵙지도 못했고 현수막 들고 사진 찍어 보내달라고도 하지 않았어요. 기사님 두 분이 오셔서 엄청 무거운(통 원목이라) 월넛 탁자를 2층까지 가볍게 올려서 설치해주시고 사용방법에 대하여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 후 그냥 가셨어요. 현수막 들고 사진 찍어서 사업체의 홍보용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는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조용히 기부해 주신 죽산 목공소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아이들은 고급진 탁자 위에서 놀이도 하고 책도 읽으며 값진 꿈을 빗어 갈 거예요. 

그 꿈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자산이에요. 


즐거운 집 그룹홈은 아동청소년이 생활하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이고 간판도 없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후원한다고 해서 하는 사업에 홍보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저도 누군가를 위해 제가 가진 것을 내어주기가 쉽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후원 요청을 잘하지 못해요. 공동모금회를 비롯한 공개된 파이를 가져오기 위해 머리 싸매고 끙끙대며 프로포절 써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어요. 후원 요청을 하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어도 저도 잘 못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해서 그렇게 해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있어 힘들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는 분들이 힘을 얻어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날씨가 추워지면 어려운 사람들의 몸은 한 없이 움츠러들어요. 그런 분들에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기부천사가 방문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가 함께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기도해요.

작가의 이전글 형제 사랑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