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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14. 2021

자기 십자가

말씀 쿠키 153


자기 십자가는 삶에서 자기가 감당해야 할 분량의 짊이라고 해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지고 가야 하는 짊, 우리는 날마다 그 짊을 지고 살아가요. 그것이 자신의 건강 문제 거나 혹은 배우자, 자식, 시댁, 친정, 직장, 이웃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 문제 거나 내가 감당해야 할 내 몫의 삶이에요.    

 

저는 조금 가벼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댁은 시부모님을 비롯하여 큰 형님 내외분이 모두 하늘나라로 가셨고 친정은 89세의 어머님이 계시지만 칠 남매가 나누어 섬기니 그다지 어렵지 않고 아들과 딸은 모두 성장해서 제가 특별히 챙겨야 할 일이 없으니까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금 양육하고 있는 일곱 명의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서 사회에 나가 건강한 삶을 살도록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훈육해야 하는데 참 쉽지 않아요.


주중에는 야간에 남자 선생님이 있어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 시간을 잘 지키는데 주말에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제가 있으니 약속 시간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예요. 내가 정해 놓은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핸드폰의 노예로 사는 거라고 핸드폰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하지만 한 번 게임에 빠져들면 쉽게 벗어나지를 못해요. 


어젯밤에도 11시에 이제 그만하고 갔다 놓을 시간이라고 인간 알람이 되어 알려주었는데 한 아이가 새벽 4시까지 하다가 제가 일어나 나오는 소리가 나니까 급하게 갔다 놓고 뭔가를 뒤적이고 있는 거예요. 이 새벽에 무슨 수학 노트를 찾는다고 했어요. 마치 노트북은 제시간에 갔다 놓았고 지금은 수학 노트를 찾기 위해 나온 것처럼요. 


바닥을 보니 노트북과 충전기 그리고 마우스가 뒹굴고 있어 가방에 넣으려고 집었더니 충전기가 뜨끈뜨끈 했어요. 아이에게 지금까지 노트북을 하고 엄마가 나오니까 갔다 놓은 거야?라고 물었지요. 아이는 당연히 아니라고 했어요. 충전기가 따끈따끈 한 것은 지금까지 했다는 증거이고 엄마가 강제로 제한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면 망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연습을 하라고 기회를 주는 거라고 했어요. 조금 더 심각하게 통제하는 연습을 하라고 말해주었는데 얼마나 무겁게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같아요. 제가 아무리 얘기해도 아이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행동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언젠가 바뀔 것을 기대하며 크고 무거운 소리를 작디작은 잔소리로 얘기해요.


그러고 보니 일곱 명의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훈육하는 것이 저의 무거운 십자가인데 저는 가볍게 생각하고 걷고 있었네요. 저의 짊을 하나님께 맡기고 저는 따라가기만 해서 그런가 봐요. 내 짊이 무겁다고 느끼면 하나님께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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