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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Nov 12. 2021

형제 사랑하기를

말씀 쿠키 15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에요. 사랑받는 사람도 행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더 행복한 일인데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참 어려워요. 


즐거운 집은 예전에는 이혼하고 자녀 양육이 어려운 분들이 양육권을 포기하고 행정기관에 양육을 의뢰한 아이들이 왔다면 지금은 대부분 학대로 긴급 분리된 아이들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신체학대를 경험한 아이도 있고 정서학대로 움츠러든 아이도 있어요. 가장 많은 것은 방임학대예요. 제때 기본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주사도 맞히지 않고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며 관심과 사랑으로 양육하지 않은 경우지요.


그런 아이들 일곱 명이 모여 한솥밥을 먹으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요. 성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고 습관이 다르지만 같은 처지라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고 위로하며 살지요. 때로는 싸우기도 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을 때 불같이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는 아이도 있고요. 


태어날 때부터 함께 8년을 살아온 소리와 2년 전 즐거운 집에 온 현이는 날마다 싸워요. 다섯 살 현이가 무조건 자기중심이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소리와 충돌하는 거예요.


어린이집에서도 같은 문제로 친구와 자주 싸우는 것을 보면 습관의 문제 같은데 참 고쳐지지가 않아요. 그런 현이가 3년 만에 엄마를 만나요. 방임학대로 긴급 분리되어 쉼터에서 1년 있다 즐거운 집으로 와서 2년을 살았으니 3년 만에 만나는 거예요. 어젯밤에 현이를 불러 내일 엄마가 오셔서 현이를 데리고 갔다 두 밤 자고 다시 올 거라고 얘기해주었어요.


 그때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소리 형에게 얘기하고 자기 기다려 달라고 할 거라고 해요. 그리고 엄마 집에 가서 소리 형에게 편지를 쓸 거래요. 엄마한테도 쓰라고 해서 소리 형에게 줄 거라며 소리 형 얘기만 해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더니 어느 사이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나 봐요. 다행이에요. 날마다 싸우며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쁜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소리 형이 떠오르고 소리 형에게 편지까지 쓰겠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피를 나눈 형제도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며 심지어 증오하는 일도 있는데 즐거운 집 아이들은 성이 다른 아이들이 즐거운 집이라는 둥지 안에서 알콩달콩 토닥토닥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요. 그렇게 몸으로 배운 사랑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요. 


서로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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