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길 조경희 Nov 16. 2021

지나가는 인생

말씀 쿠키 153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여 120세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해요. 사는 날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정도의 삶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후를 준비해요. 아무리 120세를 산다고 해도 풀의 꽃과 같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인생 같아요.


제 나이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은데 사실이에요. 돌아보면 어떻게 살아왔나 싶기도 하고 언제 이렇게 많은 세월이 가는 동안 해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허무해지기도 해요. 특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인 준비를 하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이 한 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해야 해요. 


부하지 않으니 낮아짐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낮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어제 요즈음 잘 나가는 분을 만나기 위해 메일을 보냈어요. 보호 종료 아동을 돕겠다고 해서 8년 가정위탁을 했고 13년 그룹홈을 운영했으니 뭔가 정보를 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였지요. 이미 모 단체와 협의하여 진행하고 있는 일이라 개인적인 만남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메일이 왔어요. 스케줄을 관리하는 직원이 걸러낸 거예요. 


제가 참 미련하구나 싶었어요. 잘 나가는 사람이니 주변에 능력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을 텐데 나 같은 민초가 감히 정보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메일을 보냈으니 거절당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기분은 씁쓸했어요. 


이 새벽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가는 인생이라는 말씀에 위로를 받아요.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높거나 낮거나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가는 인생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 것을, 낮다고 낙심하지 말자고 스스로 토닥토닥 위로해 보아요^^  

작가의 이전글 내 길에 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