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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Dec 01. 2021

메기 효과

말씀 쿠키 153


메기 효과     

삶이 순풍에 돛 단 듯 평화롭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그럴까요?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어요. 


옛날 북유럽 사람들이 평소 즐겨 먹는 청어를 물 온도가 낮은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육지까지 데리고 오는데, 오는 중간에 청어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고 해요. 유독 노르웨이의 한 어부만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청어를 팔팔하게 유지했는데 비결을 물어보았지만 알려주지 않았고 그가 죽은 후에야 청어를 넣는 수조에 메기를 한 마리 넣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요. 자신보다 덩치가 큰 메기가 수조 안에 들어오니까 청어들은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목숨 걸고 도망 다녔던 거예요. 일부는 잡혀 먹히고 살아남은 청어들은 배가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팔팔하게 살아 있었던 거지요.


우리 삶에도 메기 효과가 있어요. 특히 저 같은 사람에게는 메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종일 방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혼자 놀고 마음이 여리고 약해 잘 울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 잘못하고 우울증적 기질에 조금만 싫은 말을 들으면 석 달 열흘 갈 정도로 꽁한 성격이었으니 삶이 안정적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방콕에서 살다 우울증을 앓았을지도 몰라요.


그런 저를 살린 것은 남편이에요. 남편은 폭력가정에서 성장했고 육상부와 배구부에서 선수생활을 했어요. 집이 가난해 변변한 운동화 하나 제대로 신지 못하고 학교에 다녔는데 운동감각이 뛰어나 선생님의 추천으로 운동부에 들어가 운동선수로 장학금을 받아 중학교에 진학했다고 해요. 지금도 가끔 운동선수들을 가르치는 코치나 선배들의 폭력이 뉴스에 보도되지만 당시에는 구타가 일상일 정도로 맞았다고 하네요.


평소에는 곱상한 얼굴에 매너 만점인 사람이 감정이 상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무섭게 소리 지르고 욕하는데 그런 경험을 하지 않고 성장한 저에게는 어마 무시한 충격이었어요. 부부관계는 같이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저에게 메기였어요.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부정적으로 말하고 끊임없이 저를 자극했어요. 다행히 자존감이 높았던 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줄게’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저를 다듬어가며 견뎌냈고 여리고 약하던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졌어요. 38년이 지난 지금은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두려움이 없는 당당한 사회복지 전문가가 되어 있어요. 


다윗도 고난당하기 전에는 그릇 행하다가 고난을 당한 후에야 하나님의 말씀을 지킨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고난은 메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남편으로부터 담금질을 당했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어요.

메기가 되어 저를 팔팔하게 살게 해 준 남편에게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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