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의 의미와 가치
엄마가 직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어쩌면 모든 엄마들이
엄마가 사명이고 의무이지
직업이라고 느끼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 엄마라는 직업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어요
학교 교과 과정으로 인터뷰를 통해 직업을 알아가는 것이었나 봐요
소리가 금요일에 집에 오자마자 숙제가 있다고
엄마라는 직업에 대한 인터뷰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인터뷰가 가능하실까요?로 시작해
진짜 기자처럼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와서
진지하게 질문하고 또 확인하고 적었어요
숙제를 진지하게 하는구나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질문에 답하고 넘어갔는데
월요일에 담임선생님과의 2학기 학교생활 정기 상담 시간에
선생님이 소리 주말 과제 발표를 들으며
엄청 감동받았다고 해서 놀랐어요
소리는 Z세대로 영상을 보고 이해하는 것도 빠르고
상상력도 풍부하며 창의력도 뛰어난데
텍스트에는 약해요
읽는 것도 힘들어하고 쓰는 것은 더 힘들어하고
글씨는 개발새발이고 맞춤법은 뒷전이고
그래도 글씨를 쓰거나 맞춤법을 지적해서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냥 두는 편이에요
소리는 직업에 대한 인터뷰 얘기가 나올 때부터
진지하게 엄마라는 직업에 대하여 인터뷰하겠다고 하고
질문지도 스스로 작성했다고 해요
어떤 아이는 할 줄 몰라서 못하고
어떤 아이는 장난으로 가볍게 하는데
소리는 진지했다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엄마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엄마라는 직업을 아시나요?
아니 엄마가 직업이라면 어떻게 느껴질까요?
소리에게 엄마는 직업이라 느껴졌나 봐요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소리는 태어나면서 저에게 왔고
출생신고도 저희 집에서 했지만
소속은 8년 동안 즐거운 집 아이였어요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지만
엄마는 항상 다른 아이들도 챙겨야 한다고
너만 바라보고 너에게만 특별하게 하면
다른 아이들이 속상하고 슬프지 않겠냐고 했어요
그때마다 소리는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챙겨주는
그런 엄마였으면 좋겠다며 울먹였어요
꼭 안아주고 토닥여 주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저의 위치였어요
즐거운 집 모든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그 자리는
저는 모르고 소리는 느끼는 직업으로서의 엄마였어요
극구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리가 느끼는 엄마는 직업이었어요
친양자 입양으로
소리는 제 친 아들이 되었지만
저는 또
'소리야 엄마의 진짜 아들이 되어
너만을 사랑하고 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즐거운 집 아이들도 돌보아야 해서 그럴 수 없을 때가 많아
네가 이해해 주면 안 되겠니?' 해요
이번 추석에도
외할머니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를 데리고 외할머니 집에 가지 못해요
지난 5월 90회 생신 때 소리를 데리고 가서
가족들에게 소리가 제 아들이 되었다고 소개하고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그 사랑이 그리웠나 봐요
그런데 갈 수가 없어요
명절 연휴에 선생님들 모두 쉬고
집에 가지 못하는 다섯 명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소리가 엄마라는 직업을 멋있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에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울고 있어요
엄마도 직업이 될 수 있고
엄마가 직업인 엄마를 인정하고
멋있다고 할 수 있는 소리가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