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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l 25. 2023

[세이노의 가르침]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



아버지가 의사였고 고등학교 때 사기를 당해 완전히 파산해서

상상조차 안 되는 판잣집에서 살았고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어

좌충우돌 넘어지고 자빠지며 홀로서기하여

지금은 천억이 넘는(글을 연재한 신문사에서 검증함) 부자가 되어

인세도 받지 않고 세상에 세이노의 독설을 쏟아내고 있는데

과연 세이노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궁금했어요


즐거운 집을 운영하며 DNA가 다른 20여 명의 아이들을 양육했는데

아이를 보면 그 집안의 문화가 보이고

그 문화에 따라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와 

가능성이 희미하여 에너지를 쏟아붓고 또 부어도 안 되는 아이가 있어

세이노님의 어린 시절이 더욱 궁금해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 챕터를 먼저 보았어요


그리고


그랬으니까 세이노님 같은 훌륭한 분이 탄생할 수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북한이 고향인 아버지가 6.25 때 남하하여 남한에서 병원을 하셨고 

(위치가 어디였는지 아직 모름. 다녔던 초, 중, 고등학교 이름을 알면 알 텐데 책에 기록되었는지 안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함)

북한에 생사를 모르는 형들과 누나들이 있다고 해요

병원에 살림집이 딸려 있었고 의사 3-4명과 간호사 7-8명이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병원 대합실과 치료실에서 놀았고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세이노님에게 출산 장면을 보여주고

성병에 걸려 절단한 성기를 포르말린에 집어넣고 세이노님에게 보여주고

음독자살을 시도하여 혼수상태에 빠진 20세 아가씨의 음부에 도뇨관을 끼워 넣는 장면 등등

병원에서 하는 수술과 처치 장면들을 직접 보게 했다니 

참으로 놀랍고 세상에 또 이런 의사가 있을까 싶어요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고 지금이라면 인권침해에 걸려 문제가 될 것 같아요)


또 아버지의 가르침이 특별했는데

전체를 보는 능력을 삶으로 가르치셨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1. 아버지가 망치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망치만 가져가면 야단을 맞았는데

     이유가 뭘 하시려는지 눈으로 보고 망치와 못을 준비하는데

     못의 크기까지 고려해서 가져가야 했고

2. 담배를 사 오라고 하면

    재떨이와 성냥, 그리고 물까지 준비해야 했다고 해요

3. 어느 겨울날 그렇게 준비했는데 또 야단을 맞아서 어리둥절했는데

    담배를 피우면 연기가 나니 창문을 살짝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해요

4. 상처가 나서 머큐로크롬을 발라보라고 해서 대강 발랐더니

     병원에서 뭘 보았느냐고 눈뜬장님이었다고 혼이 나고

    간호사를 불러 발라주라고 하고

   뭘 보았느냐고 묻고 대답을 못하자 또 야단맞고

   다시 간호사가 발라주었을 때야

   비로소 약솜이 상처 위에 놓인 뒤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며 발라야

  세균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요

종이책 607~614쪽


그랬으니까 세이노님 같은 훌륭한 분이 탄생할 수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격식을 싫어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세이노님은 사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시무식이나 종무식 또는 개업식을 해본 적이 없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고 해요

(조금 힘드셨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것에 대하여 말들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저도 격식을 싫어해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데 신혼 초에는 시댁에서 엄청 욕을 먹었어요. 

그래도 저는 제 고집대로 했는데 세이노님이 격식을 싫어하신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아요)

자상함은 전혀 없었던 아버지였지만 

장난이 심한 세이노님의 장난에는 결코 야단치지 않으셨다고 해요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가 전부였는데

같은 장난을 반복했을 때는 엄청 혼났다고 하니

저도 한 번은 실수지만 반복하는 것은 습관이다

반복하지 않도록 해라는 저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궁금한 것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한 줄도 없어요

보통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있는데

세이노님은 어머니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뼛속까지 새겨진 가정의 문화가 지금의 세이노님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는 가난한 농부의 둘째 딸로 태어나

문화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고 성장했는데

서울에 와서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며

가정의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문화는 뼛속에 새겨져 바뀌기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뼛속에 새겨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도 본능에 새겨진 문화는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참 슬픈 일인데 그래도 죽을 만큼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어요.


처음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며

개차반 같은 부모를 만나

가난한 환경에서 폭력을 경험하고 성장한 아이는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

그런 아이들은 인생을 포기해야 하나

그런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없나

그런 아이들은 어쩌라고....

제가 양육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까 생각하며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중간중간 그런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침 같은 메시지가 있네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가르침을 주더라도 

아이가 알아듣고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세이노님도 변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는 아이들은 변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포기하지 못해요.


제가 손을 놓아버리면 아이에게 영영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아 그래요.

여러분의 가정의 문화는 어떤가요?

세이노님의 아버지 같은 가르침을 주고 있나요

혹 그런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고 해요

내가 나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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