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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l 27. 2023

 학교 밖 아이가 가져다준 선물

엄마표 인문학으로 아이 키우기

     

미미는 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학교가 지옥이라 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미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학급 반장을 했고 6학년 때는 전교 회장에 출마하여 친구들과 함께 선거 피켓을 만들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홍보하기도 했던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그런 미미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 만에 학교가 지옥이라고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무엇이 학교를 지옥으로 느끼게 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시작은 스커트에 스타킹을 신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어야 하는 교복부터가 걸림돌이었습니다. 미미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유아 성추행 사건이 사회면을 장식하면서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미미가 혹시라도 성추행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허름한 바지만 입혔습니다. 미미는 조금 더럽혀도 괜찮은 바지를 입고 마음껏 킥보드와 자전거와 인라인을 탔고 넘어지고 깨지며 즐거운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키운 저의 잘못이 1차 적인 책임이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입어야 하는 교복은 미미에게 족쇄처럼 느껴졌고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것이 곤혹스러웠습니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며 억지춘양으로 학교에 겨우 왔다 갔다 하는데 한 달도 안 되어 담임선생님은 중간고사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에서 80점 미만은 몽둥이로 맞을 각오 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은 미미의 학교 가기 싫음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애민 하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극도로 애민한 미미에게 체벌을 하겠다는 말은 당장 체벌을 하는 것보다 열 배는 더 큰 공포였습니다. 체육을 담당하시는 담임선생님은 미미의 애민함을 알 리가 없고 운동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 어느 정도의 체벌은 그냥 훈육용으로 사용하던 때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허용되는 문화에서 성장한 미미는 담임선생님께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성적 가지고 몽둥이로 때리겠다고 겁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지 없는 계집애가 무슨 말을 하느냐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욕을 먹어야 했고 충격을 받은 미미는 학교가 지옥처럼 느껴졌습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학교 전체로 퍼졌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미미를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급기야 지옥 같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 미미의 성장배경을 말씀드리고 용서를 구하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미미는 그렇게 학교 밖 아이가 되었습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미미를 볼 때마다 왜 학교에 안 갔냐고 묻고 그 말이 듣기 싫어 급기야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거부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밥도 잘 못 먹고 깜짝깜짝 놀라며 두려움에 떠는 미미를 살려야 했습니다. 


저는 무조건 미미 편이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외부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동네에서 떨어진 버섯농장의 관리사에서 생활하며 미미 곁에 있어 주는 것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와의 소통 통로마저 막힐까 봐 어쩌다 도움을 요청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도와주는 도우미로 살아야 했습니다. 문제는 제 안에서 불쑥불쑥 올라와 저의 통제선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제 안의 분노를 다스리는 일이었습니다. 

무조건 미미 편이 되겠다고 했으나 미미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 미미의 모든 행동에 대한 동의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에 침대에서 뒹굴다 김치 담그는 달그락 소리에 눈 비비고 일어나 김치는 어떻게 담그는지, 뭘 넣어야 맛이 나는지, 물어올 때면 말은 목젖에 걸려 넘어지고 표정은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대충 대답을 해 주고는 서둘러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갔습니다.      


단순노동이 때로는 정신건강 치료약이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풀을 뽑다 보면 엉킨 실타래처럼 뒤엉켜버린 생각이 하나 둘 정리되어 출구를 찾아 나갑니다. 유효 기간은 딱 하루로 다음 날 또 제 안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가야 합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돋아나는 잡초처럼 제 안의 분노는 계속 올라오고 그때마다 저를 다스리기 위해 뿔과 씨름했습니다. 그러기를 1년, 미미가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 올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때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학생이라고 하자 학생증을 요구해서 청소년증을 내밀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학생증이 아니면 일반요금을 내라고 했습니다. 미미는 학생증 대신 사용하는 신분증이라고 학생 요금을 내겠다고 했는데 기사 아저씨는 학생증 없으면 일반요금 내라는데 뭔 말이 많으냐고 소리를 질러 다시 한번 상처를 받고 말았습니다. 청소년 할인을 받기 위함이었는데 버스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오히려 어른들에 대한 믿음은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로 추락했습니다. 


집에 온 미미는 청소년증을 내동댕이치며 이런 것을 만들어서 또 망신당하게 하느냐고 화를 내고는 문을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부 모니터단으로 활동했던 저는 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동사무소에서 발급받는 신분증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국민제안을 했습니다. 그 제안이 년 말 최우수 국민제안으로 뽑혀 부상 200만 원과 함께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 정부 청사에서 진행된 시상식에 미미와 함께 갔습니다. 지옥에서 건져 올린 200만 원은 미미에게 희망의 디딤돌이 되어 움츠렸던 가슴을 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을 문제아로 낙인찍습니다. 그리고 혹시 내 아이가 학교 밖 아이들과 어울리며 문제를 일으킬까 두려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고 매의 눈으로 감시합니다. 

시대는 변하고 챗GPT와 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정형화된 학교 교육에 머물러 있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대학 졸업해서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 그것이 공부하는 이유이고 성공비결이라는 공식입니다. 


지금도 학교 공부만이 절대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몰아붙이지는 않나요? 혹시 내 아이가 가방만 들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를 왔다 갔다 하지 않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미처럼 자기주장이나 감정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역행자]의 저자 자청은 자의식을 해체해야 미래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챗GPT가 세상을 누빈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떤 의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나요?


▷ 청소년증 사용 일반화 제안 내용

(여기에 넣는 것이 좋을까요아님 책 뒤쪽에 넣는 것이 좋을까요?

<현행제도>

초등학생은 물론 청소년들도 버스를 타고 지불하는 요금이 할인이 됩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충전하는 교통카드가 있지만 그 카드가 없어도

학생이라고 인정되면 할인을 해줍니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았을 경우 운전기사분들이 신분확인을 위해 학생증 제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홈스쿨을 하는 가정이 늘면서 학생증이 없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신분을 확인해 주기 위해 정부에서는 동사무소나 면사무소를 통해

청소년증이라는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증도 학생증과 똑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점>

그런데 운전기사분들은 청소년증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성인요금을 받습니다.

청소년증을 보고도 성인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기관에서 청소년들의 신분확인을 위해

청소년증을 발급하면서 그 청소년증이 사용되는 기관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개선내용 및 기대효과>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거나 혹은 너무 월등해서 홈스쿨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즈음에는 소신을 가지고 홈스쿨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같은 사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회사에 공문을 보내서

청소년증을 소지한 청소년들의 버스요금 할인이 이루어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홈스쿨을 하거나 혹은 다른 사정으로 잠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도

사회에서 청소년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음으로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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