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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ug 05. 2023

엄마는 관심인데 아이는 간섭이라 합니다

      

아이를 양육할 때 관심과 간섭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관심과 간섭을 올바르게 조절하면 아이의 자율성과 성장을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교육과 훈육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서로의 관계에 금이 가고 벽이 쌓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아이의 관심과 간섭에 대한 관점이 달라 같은 상황을 놓고 엄마는 관심이라 말하고 아이는 간섭이라 느낍니다.   

  

 저학년의 경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지고 간 연필과 지우개는 필통 안에 제대로 있는지, 숙제는 무엇인지, 혹 내일 준비물은 없는지 알림장을 살피고 연필과 지우개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가방을 열어봅니다. 아직은 아이의 행동이 부족해 보여 불안합니다. 혹 학교에 준비물을 챙겨가지 않아 내 아이만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아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열어보고 정리하며 엄마의 관심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사생활침해이고 간섭이라고 느끼며 왜 내 가방을 마음대로 열어보냐고 합니다. 그때부터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됩니다.     


지다는 작은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종이쪽지에 그림을 그리고 신기하게 생긴 돌멩이를 주워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가지고 놀기도 합니다. 지다에게 책가방은 보물상자입니다. 손을 넣으면 언제라도 놀잇감이 나오고 작은 종이쪽지에 그린 그림 하나가 친구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줍니다. 엄마가 바라보는 지다의 책가방은 쓰레기통입니다. 이것저것이 뒤엉켜 엉망이고 모두 버려야 할 것들 뿐입니다. 쓰레기를 보물처럼 여기는 지다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도 아니고 부족하게 키우지도 않았는데 왜 보잘것없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속상합니다. 오늘도 엄마는 지다의 가방을 열어보고 질겁을 합니다. 깔끔하기로 소문난 엄마는 지다의 가방을 뒤집어엎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뭐냐고, 가방 안에 쓸데없는 것을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냐고 야단을 치고 모두 버렸습니다. 지다는 펄쩍펄쩍 뛰며 웁니다. 내 소중한 것을 왜 엄마가 마음대로 버리냐고 악을 씁니다. 엄마는 종이쪽지와 돌멩이가 무슨 보물이냐고 이런 것 넣어 다니지 말라고 훈육까지 합니다. 엄마의 훈육에 마음이 여리고 약한 지다는 방에 들어가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 웁니다. 지다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밉습니다.     


지다는 옆집 아이입니다.     


지다 엄마는 저에게 지다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저는 깨끗하게 정리해 주는 것은 좋으나 지다의 동의를 받고 해 주면 좋겠고 지다가 싫어하면 그냥 두는 것이 어떠냐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지다를 이상한 아이로 몰까 봐 걱정되어 정리를 해주게 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되어야 할 것은 지다가 그것을 통해 안정감을 느낀다면 지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쓰레기이지 지다에게는 쓰레기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텍사스 주립대 연수에서 첫 번째로 던진 화두가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클라이언트에게는 정의가 아닐 수 있다’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옳음이 반드시 아이에게도 옳음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에 어긋나거나 자신과 타인에게 위험하거나 불편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편안하게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그 최초의 공간이 가방입니다.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관심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양육할 때 관심과 간섭의 경계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적절한 지도와 관심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아이들이 자신감 있고, 책임감을 가지며,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쯤에서 아이를 향한 관심의 절반을 나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때로는 우리 자신의 가치를 감추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어떠함에 따라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을 소홀히 여기게 되며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좌절과 불안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자신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면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며 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어떤 분야에서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우리를 더욱 자신감 있고 안정된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아이 대한 관심은 소중하고 필요한 요소이지만, 자신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관심은 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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