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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ug 09. 2023

디지털 원주민을 어떻게 키우시나요?

양육의 어려움

소리는 디지털 원주민입니다.

뭐든지 겁 없이 만지고 시도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제 휴대폰을 가져다 어떤 앱을 깔고 노래를 부른 다음 

저장해 저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너무 재미있다고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그런 소리가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평소에는 학교가 재미없다고는 하나 

가기 싫다고는 하지 않는데

방학 동안 딱 하루 진행하는'AI 코딩 프로그램'에 

참여 학생을 선착순 모집한다고 해서

일단 제가 일방적으로 참가 신청을 하고

소리에게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딱 하루면 생각해 볼게요 하더니

어젯밤에 내일 'AI 코딩 프로그램'하는 날이라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더니

가기 싫다고 합니다.


왜 엄마가 내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청해 놓고 가라고 하느냐고 따집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 벌써 사춘기가 온 건지

사사건건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데 소리가 하는 말이 틀리지 않아서

참 저의 일방적인 결정을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소리의 의견만 존중하고 소리가 하고 싶다는 대로만 할 수는 없어

왜 싫으냐고 물으니 

너무 느리고 재미없는 것만 가르쳐 주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해야 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말로 가르치는데 질문해도 다른 아이들만 봐주고

자기가 질문한 것에 대한 정확한 답도 안 해주고 그래서 싫다고 합니다.


그럼 그 시간에 집에서 뭘 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캔바로 디자인을 하겠다고 합니다

도리어 저에게 캔바에서 오디오를 입히는 방법을 아느냐고 질문합니다.

방학에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빈둥거리며 대충 책이나 뒤적거리다 영상 보고 태권도 가는 것이 전부라

뭔가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폴리스프와 엔트리 블록 코딩을 1:1 줌으로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어하고 잘해서

파이썬으로 옮겨갔다 선생님이 아직은 빠른 것 같다고 해서 중단한 것이 생각나

캔바로 디자인하는 것을 가르쳐 주면 이것저것 시도하고 재미있게 집중하겠다 싶어

캔바 강의를 하는 지인에게 유료로 부탁을 했더니

기꺼이 재능기부해 주겠다고 해서 지난주에 4회기에 걸쳐 1:1 줌으로 기본을 배웠는데

아주 흥미 있어 하고 다양하게 시도합니다.


소리는 자기가 질문하면  즉각 즉각 답이 오고 

자기에게 집중해서 가르쳐 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학교에서는 20~30명을 한꺼번에 가르쳐서 무척 

재미없어 합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게 됩니다.

학기 중은 아니니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고

신청자가 많아 탈락자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닙니다.

제가 소리의 의견을 묻지 않고 신청한 것에 대하여 반성하며

선생님께 죄송하다 소리가 너무 가기 싫어해서 못 보냈다고 양해를 구하고

집에서 주제를 주고 캔바로 동영상을 만들어내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원주민 소리를 양육하는 아날로그 세대의 어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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