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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ug 17. 2023

오늘도 웃는 아이

다른 아이

 

웃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웃음은 곧 행복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고 느끼는 웃음은 모두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박장대소나 함박웃음같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이 절로 나게 하는 행복한 웃음이 있는가 하면 어처구니가 없어 웃는 헛웃음,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비웃음, 씁쓸하게 웃는 쓴웃음 등 상황에 따라 웃음으로 자신의 화남이나 행복하지 않음을 말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웃음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아이들의 웃음은 순간의 행복을 포장하지 않고 표현하는 몸의 언어입니다.     


아이들은 순간의 기쁨을 잘 포착해서 누리고 포장하지 않은 웃음으로 말합니다.     


즐거운 집에 오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행복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부모와 분리되어 생면부지의 아줌마와 함께 낯선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슬픈 일입니다. 일반 가정과 동일한 환경이기는 하나 7형제가 함께 살다 보니 응석을 부릴 수도 없고, 자기만이 사랑을 독차지할 수도 없고,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며 살아야 합니다. 함께 방을 사용해야 하고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옷,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이 모든 것들에 조금의 제한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을 넘습니다. 사탕 하나에도 천하를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느끼고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웃음이 절로 나오고 행복해집니다. 자기를 바라보며 웃는 저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며 더욱 큰 소리로 웃습니다.     

그러나 영우의 웃음은 때로 저를 안타깝게 합니다.      


영우는 지적장애 중증입니다. 이해를 요하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두 살 아래 준이는 놀이를 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형을 답답해하며 한두 번 설명해 주다 안되면 주먹을 날립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울거나, 화를 내거나, 때리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영우는 웃습니다. 그 모습이 준이를 더 화나게 하여 소리를 지르며 이번에는 웃지 말라고 때립니다.


영우에게 준이가 때리면(툭 치는 정도라도) 웃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준이에게는 형이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알려주어야지 주먹으로 때리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몇 번 가르쳐서 알아듣고 행동이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십 번을 가르쳐도 여전히 준이는 때리고 영우는 웃습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을 못하고 보챌 때 ‘아기를 보려면 엄마가 올 때까지 봐야 한다.’고 말하며 끝까지 기다리라고 했는데 지금은 저에게 말합니다. 영우와 준이가 바뀔 때까지 준이가 때리면 ‘때리지 마’라고 화나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따라 하도록 하고 준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때리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오래전 웃음치료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저의 웃는 모습을 보니 참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밝게 웃는다고 웃는데 웃음과 담을 쌓고 살아온 저의 얼굴 근육은 갑작스러운 웃음에 경련을 일으키고 자연스럽지 못한 웃음은 저를 씁쓸하게 했습니다. 여자의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저는 영우처럼 박장대소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기뻐도 큰 소리로 웃지 못하고 슬퍼도 마음껏 울지도 못했으며 화가 나도 소리 질러 화났음을 표현하지도 못했습니다.   

   

웃음은 감정표현 중 하나입니다. 큰 소리로 활짝 웃지 못하는 사람은 화남, 슬픔, 외로움, 괴로움, 쓸쓸함, 고독함 등등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 표현하지 못하고 안으로 씹어 삼킵니다. 그렇게 삼켜버린 화남과 슬픔과 외로움과 괴로움은 자기 몸을 상하게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밖으로 표현하여 날려버려야 하는데 상황에 따른 적절한 표현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영우의 웃음은 때로 감정표현이 아닌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웃음입니다. 웃어야 되는 상황인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 침묵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구별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가능성 제로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만 번쯤 반복하면 바뀔지도 모릅니다.      


 저는 영우보다 더한 감정표현의 미숙아입니다. 순간의 기쁨을 포착해서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며 조금씩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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