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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pr 26. 2020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니까

찬찬희에게

24.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면 되니까    


우리는 살다 보면 수도 없이 넘어지게 돼. 넘어짐의 또 다른 말은 실패라고 할 수 있어. 실패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되거든. 그러니까 넘어지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왜냐하면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속담처럼 쉬면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다시 일어나면 되기 때문이야.    


네가 태어나 10개월쯤 되었을 때상을 붙잡고 일어섰어. 상을 가만히 놓고서 보다가는 넘어지고 또 넘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날 혼자서 설 수 있게 되고 한 발씩 걷기 시작한 거야. 그때 우리 가족은 모두 너무나 기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단다.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가 걷게 되었다고 자랑을 했고 여섯 살이 많은 오빠는 모든 시선이 너에게 집중되자 자기는 더 잘 걷는다며 일어나 뒤뚱뒤뚱걷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어.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불안한 엄마가 붙잡으면 뿌리치고 혼자 걸으려고 하지. 걷는데 조금 익숙해지면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나는 것쯤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곳이나 내 달려서 엄마를 힘들게 하지. 그랬던 아기가 성장하면서 무엇을 시작하는데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야. 너도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을 때 많이 두려웠을 거야.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두렵고 힘들고 어렵거든. 지금까지 잘 견디고 참아내는 것을 보니 너의 넘어짐은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 같아.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따라 애굽에서 나온 후 모세가 죽고 이어서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해 가는데 요단강을 만났어. 추수 때가 되어 강둑까지 물이 넘쳐 흐르는 요단강을 보며 백성들은 두려웠을 거야. 그런데 제사장들이 법궤를 메고 요단강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흐르던 요단강 물이 멈춘 거야. 당연히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었지.    


엄마도 그랬어. 문교부 인가가 나지 않은 연희 여자 상업 전수학교를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대학에 갈 수 있는 거야. 3년 동안 혼자서 돈 벌어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고 나니까 지치고 자신감이 없었어. 엄마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으로 느껴져서 넘을 방법에 대하여 생각조차 하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것으로 도피했어. 그리고 너를 낳은 후 엄마는 육체노동을 하며 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살기 위해 공부하기로 결단했지. 안 하면 죽을 것 같았거든.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니까 넘지 못할 만큼 높은 벽은 아닌 거야. 결국, 일하면서 너를 키우고 남은 시간에 죽을힘을 다해 공부했는데 1년 만에 합격했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도전했더라면 엄마는 다른 길을 걷고 있겠지.


엄마가 키우는 아이 중에 기우가 있잖아. 기우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사고를 치기 시작하는데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어. 흡연과 음주는 기본이고 차량에서 금품을 훔치는데 망을 봐주고 5만 원을 받은 건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어. 엄마는 보호자로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지. 다행히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을 고려하여 훈방 조치되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헛소문을 퍼트렸고 그 소문을 들은 기우를 좋아하는 여학생이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기우 여자 친구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어. 피해자 엄마가 고소했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 검찰까지 넘어갔어. 기우는 장난으로 한번 말했다가 금방 “구라야”라고 거짓임을 알렸는데 친구들이 그 말을 듣지 않고 소문을 퍼트려 벌어진 일이라는데 일이 커졌던 거지.     


검찰에서 다시 평택 가정법원으로 다시 조사하라고 내려보냈고 엄마가 기우와 함께 평택 가정법원에 가서 조사를 받았지. 엄마는 최대한 기우가 평소에 얼마나 동생들을 예뻐하고 잘 놀아주는지를 이야기하고 엄마와 약속한 것은 지키는 아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어. 얼마나 긴장하며 변호했는지 조사가 끝나자 갑자기 장이 뒤틀리면서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심한 복통이 시작되었어.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어떻게 할 수 없어서 화장실에 들어가 별을 붙잡고 통증이 사라지기를 기다렸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    


주변에서는 다른 기관으로 보내라고 했지. 그런데 엄마가 키우기 힘들다고 보내면 기우는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분노가 될 것 같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기우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 마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다른 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는가 하면 다시 입학한 학교에서도 조퇴와 지각을 밥 먹듯 하면서 선생님들께 대들고 반항해서 문제를 일으켰어. 그때마다 선생님들과 상담하며 한 아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했지. 다행히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기우는 다른 아이가 되었어.     

지금은 지각이나 조퇴도 안 하고 퇴소 후 자립을 위해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 생전 안 하던 공부 하려니까 힘들 텐데 그래도 잘 견디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기우는 넘어짐의 시간이 길었을 뿐 다시 일어난 거지.    


지금 엄마가 너에게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고 그 넘어짐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에 괜찮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거야.

제빵을 배우며 오븐을 구매하고 도구들을 마련하여 재료를 개량하고 반죽하여 숙성시킨 후 야심 차게 오븐에 구웠는데 원하는 모양과 맛이 나오지 않아 버리는 일이 다반사인 것을 보았어. 엄마 같으면 포기할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너를 보며 다행이다 싶더구나. 바로 그거야. 그렇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는 거야. 그럼 분명 네가 학교 밖으로 나온 그 시간은 성공의 디딤돌이 될 거야.

-무조건 너를 지지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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