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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Jun 24. 2023

15. 주의력 결핍(ADHD), 검도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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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주의력 결핍(ADHD), 검도로 풀다     


요즈음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약을 복용했을 때 축 늘어지고 잠만 자는 아이도 있어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방해가 되어 도저히 수업을 할 수가 없다는 연락을 받으면 할 수 없이 약을 먹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저 조금 활동적인 아이, 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 정도로 문제라고 생각하여 병원을 찾지 않는데 1학년에 입학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대부분 1교시 수업이 40분하고 10분 쉬는 형태이나 학교에 따라 80분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집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갑자기 40분 동안 의자에 앉아 수업에 집중한다는 것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더구나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다고는 하나 80분을 앉아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데 대다수 아이들이 그걸 해낸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 시간을 참아내지 못하고 움직이며 다른 친구에게 장난을 치거나 수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선생님은 지적하고, 제지하고, 벌을 주고, 그래도 안 되면 집에 연락해 ADHD검사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합니다. 엄마는 당황스러워 서둘러 종합심리검사를 합니다. 종합심리검사는 엄마가 어떻게 체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엄마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 부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특정 행동에 대한 강도와 빈도수를 나타내는 항목 체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은우가 그랬습니다.     


1학년에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말끝마다 은우의 행동을 지적했고 벌을 주기 시작했으며 그 상황은 고스란히 1학년 학부모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문제가 되는 은우를 다른 곳으로 보내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집에서 재배한 마와 야콘을 싸들고 학교에 갔습니다(그때는 뇌물이 통했습니다) 선생님은 알프스 소녀처럼 샬랄라 원피스를 입고 귀를 간지럽게 하는 언어로 다정다감하게 말씀하시는 40대 중반의 아줌마였습니다. 선생님께 은우의 성장 배경에 대하여 말씀드리고 집에서 적극적으로 지도할 테니 조금만 더 참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심리치료를 권하셨고 저는 미술치료를 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 미술치료를 시작했습니다. 


1년을 보냈는데 재미있어 하기는 하나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은우의 집중력을 끌어올릴까 고민하는데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검도가 생각났습니다. 은우도 운동하는 것 좋아해서 검도장에 보냈는데 너무 즐거워하며 열심히 했습니다. 검도를 시작하면서부터 수업 시간에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앉아 있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3학년부터 시작한 검도를 통해 생활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해 10년 동안 검도 3단을 따고    년  에서 열림 무림픽에서 예선 2위로 메달을 받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5학년 때와 고등학교 3학년 때,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고 중학교 3학년 때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해동검도 시범 단에 들어갔습니다. 적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시범 단으로 활동한 단원들 사이에 들어가 180cm의 키에 100kg의 거구가 기다란 검을 들고 때로는 빠르게 혹은 부드럽게 춤을 추며 무대를 누비는 것은 쉽지 않아 눈물을 찔끔 거리며 힘들어했습니다. 보다 못한 관장님은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고 했지만 은우는 끝까지 버티더니 드디어 시범 단 단원으로서의 품위와 실력을 갖추어 제가 기획하고 추진한  1박 2일로 진행된 ‘우리 모두 파이팅’ 여름 캠프에서 시범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검도에 몰입하여 집중하다 보니 다른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와 약을 복용하지 않고 ADHD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은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제도를 이용해 중소기업에서 정사원으로 일하며 주말에 폴리텍 대학교 스마트 전기과에 진학해 졸업하고 3학년 편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힘든 과정을 해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어낸다고 합니다. ADHD로 문제아 취급을 당했을 때 검도로 풀어냈던 경험이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어내도록 한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지금은 주짓수와 ‘인도어 클라이밍(실내 암벽 타기)’를 하는데 지난   월에는 주짓수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자랑합니다. 주짓수라는 운동에 대하여는 들어보지 못해서 어떤 운동인지 물어보니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꺾고 조르는 일종의 몸싸움인데 기술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거라고 소개해주었습니다.      


주의력 결핍은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다수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약을 복용시킵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모든 아이들이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바글바글한 데는 끼고 싶지 않아서 해수욕장에도 안 갔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떼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나로 살고 싶어 떼로 사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내가 나로 살 수 있고, 그게 바로 only one이며 그때 비로소 유일한 존재가 되어 남을 끌어안고 눈물도 흘릴 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집단주의로 세뇌당하여 군중의 한 사람으로 끼어 살았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으니 다름이 틀림으로 여겨집니다. 집단의 무리와 조금만 다르면 너는 틀렸고 잘못되었으며 그 무리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존재로 낙인찍습니다. ADHD는 다름일 수 있습니다. 다름을 같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다름을 특별함으로 승화시켜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은우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당신의 삶은 어떻습니까? 다름이 두려워 군중의 한 사람으로 끼여 살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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