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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떠난 자리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소리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25).png


긴 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맞아 등교하는 날 아침, 네 방을 지나치다 문득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책들,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문구류, 침대 위에 뒤엉킨 이불...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너와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12년을 떠올렸어.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눈도 뜨지 않는 너는 만지면 깨질 것 같은 작은 아이였지만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작고 작은 아이는 무엇이든 잘 먹고 쑥쑥 자라 네가 처음으로 혼자 신발 신는 법을 배웠을 때, 그 뿌듯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는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왔지. 하지만 이제는 네 주변을 정리하는 법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깨끗함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먼지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넘어, 우리 마음의 상태와도 깊은 연관이 있어. 정리된 공간에서 우리는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단다. 또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사용하게 될 때, 그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기도 해.


그러니까 주변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 그것은 네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기도 해.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는 맑은 정신으로 집중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더 잘 떠오르는 것 같아.


물론 처음에는 어렵고 귀찮게 느껴질 거야. 하지만 조금씩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느새 정리정돈이 네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될 거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가 얻게 될 성취감과 자신감은 네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이나 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해. 우리가 떠난 자리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니까.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우리 주변의 환경을 더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엄마가 바라는 건, 네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네 삶을 스스로 가꾸고 관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거야.


오늘부터 조금씩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책상 위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보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우리가 남긴 흔적들로 가득 차 있어. 우리가 떠난 자리, 즉 우리가 사용했던 공간이나 물건들은 그 자체로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담고 있지.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 자리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해야 해. 네가 떠난 자리가 깨끗하고 아름답다면, 그것은 너의 성장과 성숙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거야.. 네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엄마에겐 언제나 가장 큰 기쁨이야. 앞으로도 네가 맑고 밝게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며, 항상 네 곁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샬롬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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