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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일기를 왜 쓸까?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소리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29).png

5학년이 되어 새롭게 만난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일기를 쓰라는 과제를 내주셨고 엄마는 '엄마와 함께 쓰는 일기장'을 만들어 함께 일기를 쓰자고 제안했어. 처음에는 쓰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네가 선뜻 '좋아요'해서 놀랐어. 얼마나 길게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지 않고 엄마와 함께 쓴다니까 재미있게 느끼다보다 생각했지. 그런데 엄마도 너도 한두 줄 쓰는 것조차 매일 쓰지는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20년 동안 글을 쓰면서 깨달은 소중한 비밀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그건 바로 일기를 쓰는 것의 중요성이야. 일기는 단순히 하루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단다.

일기를 쓰면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때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도 글로 쓰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네가 자라면서 겪게 될 여러 가지 감정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때로는 화가 날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마다 일기장을 펴고 솔직하게 네 마음을 써 내려가 보렴.


일기는 또 네 인생의 소중한 기록이 될 거야. 지금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기록들이 얼마나 값진 보물이 되는지 알게 될 거야. 엄마도 네 나이 때 쓴 일기들을 가끔 꺼내 읽어보곤 해. 그때의 추억과 꿈과 고민들을 다시 만나면 미소 짓게 되고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아 특별한 느낌이 들어. 일기를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야. 매일 조금씩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커서 무슨 일을 하든 큰 도움이 될 거야.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니까.


무엇보다 일기는 네 마음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 힘들 때 털어놓을 곳이 필요할 때,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 일기장은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때로는 말하기 어려운 비밀도 일기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지. 일기는 너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가장 믿음직한 친구가 될 테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일기를 쓰면서 너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거야.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무엇이 너를 행복하게 하는지 천천히 알아가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 자신을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될 거야.


처음에는 어색하고 뭘 써야 할지 모를 수도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그냥 네 마음이 가는 대로 솔직하게 써 내려가면 돼. 일기에는 정답이 없어. 네가 쓰고 싶은 대로,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써 내려가면 그게 바로 네 일기야.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일기 쓰기를 시작했어. 학교 선생님이 내준 숙제였는데 매일 똑같은 일을 똑 같이 했다고 썼던 것 같아. 중요한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썼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잘 써서가 아니라 빠지지 않고 썼다는 것으로 상을 받기도 했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일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엄마가 쓴 [나의 직업은 엄마입니다]가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랑을 받는 이유도 긴 시간 일기를 쓰면서 글 쓰기 훈련이 된 덕분이 아닐까 싶어.


아들아, 엄마는 네가 일기 쓰기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만나고, 더 깊은 자아를 발견하길 바라. 그 여정이 때로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거야.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고, 네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한단다. 일기장을 펼치고 네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렴. 그 안에 담길 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엄마도 함께 기대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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