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다
나는 언제 화가 나는가?
우리는 모두 화를 내요. 누군가는 작은 실수에 발끈하고, 어떤 이는 오랫동안 쌓인 억울함이 폭발할 때 화를 내지요. 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인데 화를 내면 안 되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화를 내는 것이 때로는 우리를 보호하지만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렇다면 "나는 언제 화가 나는 걸까?" 그리고 "그 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 안의 상처와 상황이 만났을 때 화가 나요
기질과 성향이 다른 다양한 아이들을 양육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여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중의 하나가 악을 쓰고 울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아이의 태도예요. 처음에는 '어리고 어떻게 자기의 요구사항을 말로 전달할지 몰라서 그럴 거야'라고 이해하여 차분하게 설명해 주고 말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그런데 아이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어떤 상황에서나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해요. 그때 제 안에서 화가 치밀고 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 잠시 자리를 피하기를 반복하며 왜 정도 이상의 화가 치미는지 들여다보았어요.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둘째 아이가 막무가내로 악을 쓰고 울며 그치지 않는 날이 반복되면서 난 도저히 이 아이 못 키우겠다. 차라리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이의 울음으로 인한 깊은 상처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왜 아이가 울면 화가 치미는지 알고 나니까 즐거운 집에 있는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 그냥 앉아서 지켜보며 기다려주게 되었어요
내 안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화가 나요
화를 내는 순간은 솔직히 말해 기분이 좋지 않아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해요.
예전에 한 친구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어요.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저는 그 친구에게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어요. "너는 왜 항상 네 생각만 하니?"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분노의 뿌리는 친구의 행동이 아니라 제 자신의 문제였어요. 사실 저는 그 친구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의 관심을 더 받고 싶었던 거예요.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화로써 내 감정을 드러냈던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화가 날 때마다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요.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이 질문은 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어요.
화를 다스리는 건 쉽지 않아요. 특히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분노하게 만들어요. 도로 위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 가족과의 갈등 등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이유로 화를 내요. 버럭 화를 내고 나서 후회하고 다음에는 화가 나면 한 박자 쉬며 심호흡을 하고 얘기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화가 나는 상황에 직면하면 여전히 화를 내고는 후회해요 그래서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잠시 자리를 떠나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감정을 순화된 언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순화된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흔히 분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화내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는데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분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화를 낸다는 건 내가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서 상처받았다는 신호일 수 있고 또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침해당했음을 알리는 경고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자신의 분노를 무조건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마세요.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그 모습의 나를 보듬어 줄 필요가 있어요.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하는 첫 번째 대상이니까요.
우리는 화를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어쩌면 분노도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선물이 될지 몰라요. 그러니까 다음번에 화가 날 때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 또 하나의 배움의 순간이 찾아왔구나." 그 순간을 통해 내 안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