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요즈음은 ‘엄마, 왜 꼭 그렇게 해야 돼?’, ‘이건 좀 이상한 것 같아’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하고 자주 묻는 너의 말에서, 어릴 때처럼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진지하게 세상과 상황을 바라보고 너의 생각을 확장해 가는 것을 느끼게 돼. 그래서 오늘은 생각하는 힘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해. 너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지혜로운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네 인생을 가장 멋지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날개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야. 그 날개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적 사고야.
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왜 그럴까?' '나는 누구지?'하고 궁금해하는 마음에서 인문학은 이미 시작되고 있단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복잡해지고 있어. 뉴스는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영상은 넘처나며 누군가의 의견은 몇 초 만에 퍼져나가. 이런 세상에서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자기 생각을 잃어버리기 쉬워. 그러면 남들이 옳다고 하면 그냥 그게 옳은 줄 알게 되고 모두가 하는 일을 나도 그냥 하게 되지. 엄마는 소리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해.
진짜 멋진 사람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마음으로 느끼고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야. 그 힘은 질문하는 데서 시작돼.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질문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했고 이어령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에서 '나에게 오는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마라'라고 했어. 이것은, 질문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된다는 이야기야.
가끔은 친구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릴 때도 있고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땐 그냥 넘기지 말고 네 안의 목소리를 들어봐.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느낀 건 틀린 걸까?'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는 연습을 해보렴. 정답은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너는 점 점 더 깊이 있는 사람 따뜻한 사람,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갈 거야.
학교에서 돌아올 때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엄마의 의견을 묻는 것은 정말 좋은 방법 같아 그러면서 너의 생각을 확장해 가는 너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져. 배드민턴장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제2경부고속도로에서 내려오는 차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엄마가 운전하는 차 옆으로 바싹 들이대는 차를 향해 '저렇게 밀고 들어오면 어쩌라는 거야?' 했을 때 너는 "저 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요?" 해서 깜짝 놀랐어. 직진차가 우선이기 때문에 엄마가 먼저 가는 것이 맞는 거라고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엄마가 아닌 상대방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입장을 얘기하는 너를 보며 흐뭇했단다.
엄마는 어릴 땐 모든 게 정해져 있고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이 말하는 것이 다 맞는 줄 알았어. 그래서 무조건 따르고 순종했지. 그런데 살면서 알게 됐단다. 세상에는 수많은 시선과 답이 있고 그중에서 나에게 맞는 길은 내가 직접 생각하고 선택해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엄마는 소리가 어린 나이에 그 귀한 걸 배우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 든든하고 기뻐.
생각하는 힘은 또 다른 힘도 키워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 세상을 더 넓게 보는 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 등 모든 것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엄마는 소리가 단순히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깊이 있게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때로는 생각이 많아서 힘들 수도 있어. 혼란스럽고, 외롭고, 두렵기도 할 거야. 하지만 그 시간도 꼭 필요한 과정이란다. 혼자서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아.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따뜻해져. 왜냐하면 진짜로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도, 세상의 아픔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거든
소리야 엄마는 네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보다는 네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 공부를 잘하든, 운동을 잘하든, 어떤 길을 걷든지 네 생각이 담겨 있다면 엄마는 언제는 너를 자랑스러워할 거야. 앞으로도 수많은 질문과 고민이 너를 찾아올 거야. 그때마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 질문을 품고 걸어가렴.그럼 네가 생각하는 만큼 더 멋진 삶을 살게 될 거야.
생각하는 힘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빛이야. 그 빛을 잃지 않도록 엄마가 언제나 네 등 뒤에서 너를 응원하며 기도할게
샬롬 샬롬!!!!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5. 2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