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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공감은 마음의 다리지만 모두가 같지는 않아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공감은 마음의 다리.png Askup이 '공감은 마음의 다리지만 모두가 같지는 않아'라는 주제로 그려준 그림



소리야,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지. 가족과 친구, 선생님, 그리고 학교나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 말이야. 그 속에서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바로 공감이라고 할 수 있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성향인지 성장하면서 학습에 의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너는 누구보다 더 공감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잖아. 그런데 다른 사람이 네 상황이나 감정에 대하여 공감해주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속상해하잖아.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어. 공감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이나 느낌을 가지는 건 아니라는 거야. 마음의 다리를 놓는다고 해서, 내가 건너는 다리와 네가 건너는 다리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어. 왜냐하면 사람마다 살아온 길, 경험, 그리고 마음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야.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엄마가 어릴 적에 집에서 6년 동안 키우던 누렁이를 어떤 아저씨한테 팔았는데 누렁이가 안 가려고 하고 사납게 덤비니까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엄마에게 2km나 되는 길을 걸어서 데려다주고 오라고 한 거야. 엄마는 누렁이가 그곳에 가면 어떻게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 그때는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서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거든. 엄마는 누렁이와 그 길을 걸으며 울고 또 울었어.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누렁이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어. 가슴이 쿵쾅거리고 슬퍼서 엉엉 울면서 와서는 밥도 먹지 않고 슬퍼했어. 그런데 아무도 엄마의 슬픔을 모르는 거야. 심지어 외할머니는 그런 일로 밥도 안 먹고 운다고 혼내기도 했어. 그때 알았지. 내 마음의 슬픔을 다른 사람은 나와 똑 같이 느낄 수 없을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야.


소리야, 네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야. 그중에는 너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고,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야. 다름을 존중하고, “저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해. 그게 바로 진짜 공감의 힘이야.

공감은 단순히 “나도 똑같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거든. 오히려 “나는 다르지만, 네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라는 태도지.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 마음의 다리가 튼튼해지는 거지.


소리야,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니? 네 친구가 슬퍼할 때 네가 같이 웃어줄 수는 없었지만, 대신 옆에 조용히 있어주었던 순간 말이야. 그건 네가 완전히 같은 감정을 느낀 건 아니지만, 충분히 큰 공감이야. 세상에는 이런 조용한 공감이 참 많단다. 너는 커가면서 더 많은 ‘다름’을 만날 거야. 친구와 취향이 다를 수도 있고, 선생님과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어. 때로는 엄마 아빠와도 생각이 다를 수 있지.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가족도, 친구도, 세상도 더 따뜻해질 거야.


그러니 기억하렴. 공감은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지만, 그 다리를 건너는 길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너는 훨씬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될 거야.

엄마는 네가 그런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간절히 바란단다.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9.28(일)


함께 생각해 볼 질문 3가지


1. 너는 친구와 마음이 다르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니?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니?

2. 공감은 꼭 같은 감정을 느껴야만 가능한 걸까? 아니면 다른 감정을 느끼더라도 가능할까?

3. 만약 네가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른 감정을 가진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서로를 존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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