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엄마 함께 놀 친구가 없어 외로워요"라는 말을 가끔 들었어. 그때마다 어떻게 하면 친한 친구를 만들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담임 선생님과 상담도 했었어. 담임 선생님은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상상이 안 간다고 했어.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밝게 뛰어놀며 잘 지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어.
혹시 친구들과 함께 놀기는 하나 네가 원하는 놀이가 아닌 친구들이 원하는 놀이를 해야 하고 정말 즐겁게 노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노는척하는 것을 아닐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어 너무 슬퍼질 것 같아 가면을 쓰고 있는 거야?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진짜 재미있게 놀고 싶은 바람이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 마음을 엄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니?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 그런데 진심으로 함께하며 마음을 나눌 사람이 많지 않아. 너뿐만 아니라 어른 들도 마찬가지야. 엄마가 즐거운 집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나하고 노는 시간'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야.
하지만 소리야, 외로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네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건강한 마음을 지녔다는 뜻이야. 그 마음 덕분에 너는 언젠가 좋은 친구를 더 깊이 소중히 여기게 될 거야. 가장 먼저는 네가 너와 놀아주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고 존중하며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해. 그래야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거든. 내가 나하고 놀면 되니까.
엄마는 또 이런 생각도 해. 외로움은 우리를 새로운 길로 데려가기도 해.
엄마도 굉장히 외로웠던 때가 있었어. 친구들은 모두 고등학교에 가고 또 대학에 진학했는데 엄마는 집이 가난해서 고등학교에도 못 갔거든. 엄마의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한 명도 없었던 그때 중얼거리듯 하나님과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너무 힘들고 외로운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세상은 참 불공평한 것 같다. 그동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그냥 모든 것 포기하고 싶다 뭐 이런 얘기를 계속했던 것 같아.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글로 썼어. 누구에게 보여줄 것이 아니라서 글씨를 예쁘게 쓸 필요도 없고 맞춤법이 틀릴까 걱정할 것도 없이 아무렇게나 생각의 흐름을 따라 답답할 때는 투정도 부리고 욕도 쓰고 그러다 문득 내가 살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물었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지
매일 내 마음을 쓰다 보니 나는 공부를 해야 살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래서 도저히 공부할 상황이 아니고 주변에서도 그냥 편하게 살라고 말렸는데 형과 누나 키우고 천막사에서 일하며 밤에 공부하기 시작했어. 목표가 정해지니 어느 순간 친구가 없다는 것도, 외롭다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오직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
너는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동영상 보는 것을 좋아하잖아. 찾아보면 역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리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거기에는 나이도 상관없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거든. 엄마가 나이에 상관없이 '나리 클럽(나로살기 리딩클럽)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나하고 노는 시간은 외로움을 견디는 힘과 너만의 다름의 능력을 향상하는 시간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거야. 그러니까 네가 외롭다고 느끼는 지금의 순간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 마음 덕분에 진짜 친구를 기다릴 줄 알고 또 스스로를 돌보는 법도 배우게 될 테니까. 우리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메 안의 외로움도 친구 삼아 보자꾸나. 외로움은 너를 더 싶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또 ㅏ른 친구일 테니까.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10.9(목)
1. 외로움을 느낄 때, 그것을 슬프게만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2. 혼자 있을 때 나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3. 진짜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 네가 생각하는 모습을 그려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