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소리야, 우리 마음속에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좌절, 희망과 절망, 두려움과 공포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어. 어떤 상황에 따라 마음속 깊이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커지면서 나를 지배하여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좌절하여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기도 한순간이 있어. 그런 감정들 중에 오늘은 두려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해
사실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 아니야. 우리 마음이 위험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경고음 같은 거거든. 옛날 사람들은 두려움 덕분에 맹수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어. 두려움이 없었다면 무모하게 행동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두려움은 원래 우리를 지키려고 만들어진 감정이야.
그런데 문제는, 꼭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두려움이 커져서 우리를 괴롭힐 때가 있다는 거야. 예를 들어 시험지를 받아 들었을 때 ‘나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하얘지는 경우가 있지. 사실 시험은 우리를 잡아먹는 호랑이가 아닌데도, 마음은 그만큼 무섭게 느끼는 거야. 소리는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우리 집이고 익숙한 공간인데 불이 꺼져 있는 방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여 불먼저 켜고 나가잖아.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야. 엄마도 그랬거든. 귀신이 나타날 것 같고 무서운 그 무엇이 있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는데 무서워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고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두려움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엄마는 두려움은 ‘싸워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며 작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첫째, 두려움의 이름을 불러주는 거야. '나는 어둠이 무서워' , ‘나는 혼자 있는 게 무서워’라고 솔직하게 말해보는 거지. 이름을 붙이면 두려움은 마치 커다란 괴물이 아니라 작은 그림자처럼 느껴져.
둘째, 아주 작은 행동부터 해보는 거야.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어렵다면 거울을 보고 발표를 해보고 그다음은 엄마 앞에서 발표를 해보는 거야.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해보면 실제로 발표할 때 떨지 않고 잘할 수 있게 돼. 누구나 처음에는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두렵고 떨리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잘할 수 있게 된 거야. 어둠에 대한 두려움도 밤에 불 꺼진 주방에 물을 먹으러 갈 때 방문만 열어 놓고 한번 가보고 수면등을 켜고 네 방에서 혼자 자보는 등 조금씩 시도하다 보면 두려움은 점점 작아지고 네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질 거야.
셋째, 네 마음속에 ‘용기 주머니’를 하나 만드는 거야. 그 안에는 네가 잘 해낸 순간, 이겨낸 경험들을 넣는 거지. 예전에 수학 문제를 끝까지 풀었던 순간, 수영장에서 처음 깊은 물에 들어갔던 순간, 그런 기억들이 두려움 앞에서 너를 도와줄 거야. "나, 그때도 해냈잖아. 이번에도 할 수 있어!"라고 속삭여 주거든.
엄마도 아직 두려움이 있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겨. 하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두렵기는 하지만 해보는 거야. 그래야 소리에게 용기 내라고 말할 수 있잖아'라고 속삭이며 시작하고 있어. 두려움은 없애버려야 하는 대상이 아닌 나와 함께 동행하는 친구 같은 거야. 두려움이 있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거든.
소리야, 네 안에는 이미 두려움을 이겨낼 힘이 있어. 두려움이 오면 ‘이건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야’라고 인정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돼. 두려움은 결국 네가 더 자라도록 돕는 또 하나의 선물일지도 몰라.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년 10월 15일(수)
1. 네가 가장 무섭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어?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니?
2. 지금은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3. 만약 네 친구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말한다면, 너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