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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진짜 용서는 가능할까?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해. 특히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받는 상처가 많고 오래가는 것 같아. 친구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장난으로 한 말이 상처가 되었을 때, 마음속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던져지는 것처럼 아프지. 시간이 지나도 그 돌멩이가 계속 가슴 한쪽에 남아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어.
그때 사람들은 말하지. “용서해. 그래야 네 마음이 편해질 거야.” 하지만 엄마는 알아. 용서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용서는 단순히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마음속의 상처는 말 한마디로 사라지지 않거든. 진짜 용서는 ‘상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다시 걸어가는 힘’을 키우는 일이야. 용서는 잘못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묶여 있는 ‘나 자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야.


엄마는 아빠에게 말로 상처를 많이 받았어. 외할머니는 선비집안에서 자라 예쁜 말 고운 말만 사용하셨고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엄마가 폭력 가정에서 성장한 아빠의 거친 말과 욕을 듣게 되었을 때 깊은 상처를 받았어.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지 더구나 가족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어. 그런데 아빠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말이었고 그런 말에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엄마가 오히려 여리고 약해서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해.

엄마는 아빠가 자주 사용하던 약해빠진 멍청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지독하게 공부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람이 되었어. 지금은 아빠도 엄마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 엄마 또한 아빠의 거친 말 뒤에 감추어진 따뜻한 마음과 지혜로움을 존중해.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거나 바뀌지 않아도 엄마가 기도하며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가능했어. 용서는 약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 같아


소리야, 세상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주기도 해. 그때마다 미움과 원망을 품고 살면, 네 마음이 점점 무거워져. 그래서 기도가 필요해. 기도하며 하나님께 얘기하고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거지. 쉽지는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움과 원망과 분노의 짐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야. 그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니까


그리고 혹시 네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면, 용서를 받으려고 조급해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다리면 돼. 용서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몫이니까. 진심으로 사과한 그 마음이 언젠가 진짜 용서의 씨앗이 될 거야.


소리야, 용서는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마음의 연습’이야. 미움과 분노와 원망을 품을 수도 있었던 자리에 온유한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심고 잘 자라도록 가꾸며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투자할 때 네 마음은 쑥쑥 자라 단단해질 거야.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 성장하는 거야. 엄마는 조금씩 성장하는 너를 항상 응원할게


2025.11.17(월)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함께 생각해 볼 질문 3가지

1.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나는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2. ‘용서’와 ‘잊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3.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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