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안에서 크는 품 밖의 아이들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 (잠언 15:4)
한마디의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해요. 순간 공중에 사라지는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평생 괴롭게 하거나 희망의 씨앗으로 자라니까요. 저는‘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속담을 수도 없이 듣고 자랐어요.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침묵하는 것이 금이 될 수는 없는데 말이지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것보다 침묵이 낮다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해요.
아이를 양육하면서 감정에 사로잡혀 생각 없이 하는 말은 자녀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왜요.
말을 한 부모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어떤 말에 어떻게 상처 받아 고통스럽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도 그 부모로부터 받은 말에 의한 상처가 있을 거예요. 생각해보면 말로 상처를 받았지만, 부모님께 당당하게 엄마 아빠가 한 말에 이렇게 상처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었나요? 가슴속 깊이 고이고이 감추었다 내 자녀를 키우며 나도 모르는 순간에 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랄 때가 있었을 거예요.
저는 말하는 것에 대하여 민감해요. 제가 말로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예요. 남편과 저는 전혀 다른 가정문화 속에서 성장했어요. 남편은 5남 2녀의 다섯째로 큰 형에게 폭력을 당하며 성장했고 저는 2남 5녀의 둘째 딸로 남존여비 사상이 심해서 여자와 남자가 들고나는 문이 다르고 밥상을 따로 차려 먹는 선비 집안의 후손으로 자랐어요. 어머니는 단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 것이 한이 되어 딸들에게는 함부로 무시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남편은 누가 봐도 순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며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중에 하나가 기분이 나쁘면 ‘바보 멍청이’ ‘병신’ 같은 말을 비롯하여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거칠고 험한 말을 마구 한다는 것이에요다. 저에게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자존감을 짓밟는 말을 망설임 없이 하고는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거예요. 저와 아이들은 이미 마음 깊이 상처를 받았는데 말이지요. 심지어 뒤끝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당신이 하는 말이 상처가 된다고 하면 그 정도 말에 상처 받는 여린 제가 더 문제라고 도리어 저에게 그 책임을 돌렸어요
의인의 입은 지혜를 내어도 패역한 혀는 베임을 당할 것이니라 (잠언 10장 31절)
저에게 오는 아이들은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와요. 전혀 돌봄을 받지 못하는 방임을 경험하거나 부모와 경제의 폭력을 경험한 경우, 부모가 욕하며 심하게 싸우는 것을 자주 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경험한 경우, 부모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을 수시로 듣고 성장한 경우 등 다양하지요. 무엇보다 이런 모든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며 세대를 물려 이어지는 거예요.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언어폭력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기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해요. 기술은 지식으로 되지 않고 하루 아침에 뚝딱 배우는 것이 아니라 될 때까지 무한 반복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혼자 분노를 자제하고 폭언 대신 다정스러운 말을 해보는 거예요. 쉽지는 않아요. 감정이 올라오면 나도 모르게 옛 습관이 톡 튀어나와요.
저는 아이들에게도 연습을 시켜요. 나쁜 말을 사용했을 때 바로 불러 세우고 말을 수정해주고 따라 하라고 해요. 가령 일곱 살 된 소리가 미니카를 접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데 그것을 본 여섯 살 경우가 “에이 미니카 같지 않네. 형은 왜 그렇게 종이 접기를 못해.” 라고 말하면. 마음이 여리고 약한 소리는 기분이 상해서 울먹이며 “너는 얼마나 잘한다고 그래 잘난척하지 마” 라고 말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아무 말 못하고 방에 들어가 슬프게 우는 아이도 있어요.
이런 정도가 무슨 언어폭력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경우는 형을 무시하고 마음이 여리고 약한 소리는 자신감이 없어지고 더욱 소심한 아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경우는 소근육이 발달되어 야무지게 종이접기를 잘해요. 그렇다고 형이 열심히 만든 미니카를 보고 비판하고 정죄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경우와 소리를 불러 세운 다음 소리가 열심히 미니카를 접은 것에 대하여 대단하고 훌륭하다고 인정해줘요. 경우에게는 형이 열심히 만든 것에 대하여 미니카 같지 않다고 말한 것, 형이 종이 접기를 못한다고 말한 것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아~~~ 그렇구나’를 따라 하도록 해요.
대부분의 경우 건성으로 “미안해” 하고 끝내려고 해요. 그렇게 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알려주고서 ‘형 미니카 아닌 것 같다고 말해서 미안해’ ‘형이 종이접기를 못 한다고 놀려서 미안해’라고 따라하도록 해요. 무엇에 대하여 사과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해야 자기가 한 말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인식하게 되니까요.
어릴 때 옆집은 몇 명의 머슴이 사는 사랑채가 있고 가사 일을 하는 식모(요즈음 가사도우미를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음)가 있는 부잣집집에 저와 같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었어요. 위로 언니 하나와 오빠 셋이 있었는데 나이 차이가 많아 외동딸처럼 자라는 친구였어요. 텔런트 김영애 씨를 닮은 참 곱고 예쁜 친구였지요. 그 친구의 어머니는 의사의 아내로 교양과 품위를 겸비한 소시민이 범접하기 조심스러운 아줌마였는데 화가 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거예요. 옆집이다 보니 그 어머니가 친구에게 악담을 퍼붓는 소리가 담을 넘어 저희 집 까지 들리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어요.
'혀가 ㅇㅇ죽을 o' '가랑이를 oo 죽일 o'이라고 하며 소리소리를 질러요. 다음 날 친구를 만나 어제 왜 그렇게 야단맞았느냐고 물으니 방 청소 제대로 안 했다고 혼났다는 거예요. 별일 아니라는 듯 항상 웃으며 학교에 다니던 친구가 결혼하여 몇 개월 만에 이혼하고 심한 우울증 앓다가 아사했어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예요.
말이 씨가 돼요. 좋은 말은 좋은 씨가 되고 나쁜 말은 나쁜 씨가 되고요.
-말 한마디-
*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 은혜로운 말 한마디가 실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 때 맞는 말 한마디가 신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오늘 나는 어떤 말을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 어떤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는가?
즐거운 집 화장실 문 안쪽에 코팅해서 걸어 놓은 ‘말 한마디’라는 문구예요. 볼일을 볼 때마다 한 번씩 읽고 생각하고 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걸어 놓았어요.
‘아~~~ 그렇구나’는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상대방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따라 하도록 하는 말이예요. ‘즐거운 집’에 오고 1년만 지나도 ‘아~~~~ 그렇구나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해요.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싸울 일도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욕을 하거나 상처가 되는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되지요.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를 선정하고 그 말을 들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자리를 만들었어요.
‘너 또 싸웠니?’
‘빨리 숙제부터 해’
‘위험해하지 마!’
‘울지 좀 마’
‘징징거리면서 할 거면 하지 마’
저도 가끔 사용했던 말이고 이런 말이 상처를 주나 싶기도 한데 아이들은 상처가 된다고 말해요.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어떤 말로 바꿔야 할지 (100words.sc.or.kr)에서 확인해 볼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를 보고 난 후에는 별 의식 없이 했던 말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돼요.
한 번 입 밖을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으니까요.
언어폭력은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어요. 언어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하는 말에도 아이는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도 많고요.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라 할지라도 자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고 비난하고 정죄하는 것은 부모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모는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녀가 험한 세상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역할을 맡은 조력자인거죠.
부모가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자녀의 영혼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