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강 (가모가와 鴨川)
열살 때부터 교토에 오기 전까지 쭉 분당에 살았다. 교토의 가모가와는 분당의 탄천과 닮았다. (가모가와가 강의 폭이 더 넓긴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강들이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발붙이고 살아가야할 이곳에, 정붙이고 살아왔던 곳과 닮은 강의 풍경이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된다.
가모가와는 탄천처럼 잘 포장된 길을 만들어두진 않았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는 무리가 없다. 모래로 된 길이 많아서 장마철 강이 범람하면 며칠간은 좀 불편하지만 풀과 나무들이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많다.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어도 좋고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기에도 좋다.
강가에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 팔뚝만한 아니 허벅지만한 잉어 낚시를 하는 사람(불법이라고...), 관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기타치는 사람, 춤이나 노래를 연습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소풍 나온 사람...
하늘에는 솔개와 까마귀가 날아다닌다. 솔개를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보는 것이 참 신기하다. 솔개와 까마귀의 싸움 구경도 할 수 있다. 솔개는 사람 먹는 걸 가로채기도 하기 때문에 가모가와에서 뭘 먹을 땐 조심해야 한다. 남편은 걸어가면서 빵을 먹다가 빵을 뺏긴 적도 있다.
해질녘에 맥주 한캔 사서 산책하면 세상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가모가와. 조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금방 어두워지지만 저녁에는 솔개들이 활동을 안 하기 때문에 뭘 먹기엔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