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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Jul 13. 2020

오리엔트 로키

아직 더 자라야 하는 어벤저스의 멤버

 어벤저스(The Avengers, 2012) 속 로키는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해 미국을 배경으로 어벤저스와 전투를 하지만 그다음 어벤저스 시리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어벤저스의 일원으로서 힘을 합치게 된다. 빌런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첫 번째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로키는, 기본적으로 교육을 잘 받은 아스가르드의 왕족으로서 서구의 인물로 표현되어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으니, 로키가 실은 전쟁 통에 아버지 오딘에게 입양된 비아스가르드 인이며, 적자인 토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생각으로 왕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이 속임수를 잘 쓰는 북유럽의 신은 영국 셰익스피어 연극의 배우처럼 말하고는 있지만,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남들을 속이는 그는 비서구의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인물이다. 그리고 서구의 영웅들은 정도에서 벗어나 있는 로키를 슈퍼 히어로로서 덕목을 갖추고자 교정하고 있다.

로키는 입고 있는 옷과 투구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 비교하면 다소 이질적이다. 그러한 점이 마블 영화 속에서 로키가 매력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슈투트가르트의 미술관 속 로키가 등장하는 신에서 영화에 삽입된 음악은 서구의 고전 문화와 관련된 그의 특징을 부각하고 있다. 그가 권능을 보여주는 셉터(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미술관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에서 슈베르트 콰르텟 13번이 연주되며 천천히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콰르텟 13번은 '로자문드'라는 오페라를 바탕으로 한 곡인데, 그 내용은 본인의 권좌를 빼앗겨 밖으로 내쳐진 로자문드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이는 로키가 스스로를 생각하는 상황과 동일하다고도 볼 수 있다. 로키는 미술관 2층에서 희생양을 탐색하다가 음악에 맞게 계단을 내려와 몸싸움이 벌어지며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점은 서구의 클래식과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잔인한 행위는 동양의 잔해물 위에서 이루어지며, 서구 독일인들에 둘러싸여 재난 상황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는 한 독일인을 미술관 가운데에 놓인 페르시아 주두 잔해로 끌고 와서, 그의 목적을 위해 그러한 문화재를 희생 제단으로 쓰고 있다. 그의 잔인한 희생 제의를 머리 위에서 조감하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 서구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조로아스터 교의 상징이 그 위에 새겨져 있다.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는 신고전 양식의 파사드와,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서구의 벽화가 있는 곳이다. 이 사이로 페르시아 유물이라는 주변의 맥락과는 동떨어진 것이 혼란의 주무대가 된다.

 영화에서 악당의 행위를 하는 로키는 그가 악의 존재로 태어나서라기 보다는 아직 어리고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벤저스, 특히 그의 형 토르는 그에게 계속 '바른 선택'을 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미술관 장면에서 로키는 장난스러운 아이처럼 웃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지만, 그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른다.

미술관 내의 페르시아 주두 위에 한 남성을 눕혀 잔인한 행위를 하려는 로키의 모습.


 한편, 로키는 비문명이라고 투사된 존재들의 힘을 통해서 본인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자신이 아스가르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궁에 싸인 인물로부터 힘을 얻는다. 이때 로키와 대화하는 '디 아더(the Other)'는 고대의 지식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몰락하고 저개발 된 상태로 남아있는 외계인으로, 로키는 그로부터 지식과 치타우리 군대(Chitauri army)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여기서 디 아더는 서구가 '한 때는 찬란한 문명이었지만 타락한' 상태의 비유럽 문명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그를 그렇게 명명한 것 자체로 타자화(otherize)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대화의 배경이 어둠 속 아무것도 없는 돌들이 무성한 행성이라는 점은 비문명의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로키는 심지어 그에게 혼나기까지 하는데, 자신의 왕국만을 생각하는 로키에게 '너의 야망은 너무 작고, 애들이 보채는 것 같다'라고 꾸중을 한다. 외계인들과 로키는 바르지 못한 타자(the other)의 지시 아래에서 더욱 타락해가고 서구가 바라보는 왜곡된 오리엔트의 이미지가 되어 가지만, 동시에 그것은 로키의 일탈은 그러한 야만인들이 없다면 교정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로키는 그의 오리엔탈적 면모를 벗어던짐으로써 서구 중심의 슈퍼히어로로 자랄 수 있다는 잠재성을 부여받는다. 그의 타락한 이미지는 어린아이의 행동, 미숙함으로 치부되었고, 어벤저스 아래에서 서구의 문화로 교정이 되는 것이 올바른 귀결이라는 것이다. 반면 뉴욕을 공격한 외계인들은 단순한 외계인이 아니고, 비서구 문화를 향한 왜곡된 오리엔탈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로키는 영화 속에서 오리엔트화된 인물로서 마치 동양의 전제군주에게 지원을 받는 것처럼 미지의 세력과 결탁하지만, 그러한 타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구 문화의 규범을 회복할 때 그의 슈퍼히어로로서의 면모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오리엔탈의 비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나고 그들을 타자화하면서, 슈퍼히어로는 서구 문화와 그것의 수호자로서 그들의 정당성을 드러내고 있다.



2019. 7월 고급영어 "Orientalized Loki: Yet to be Grown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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