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다누스 카탈라 드 세베락이 지은 <신기한 것에 관한 서술: 중세 수도사의 인도 여행기>는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나온 문명텍스트 시리즈의 따끈한 신간이다. 문명텍스트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데, 그 이유로는 이 책과 같은 1차 문헌들, 원문들을 번역된 것으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석과 설명이 달려 있어서 대략적인 설명을 해준다는 것이다. 가끔 남이 저술한 책들을 보면 어떤 것을 근거로 서술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지만, 이런 책들은 그 자체로 당시 시대 서술을 알려주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인한 피로감을 줄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세 시대의 여행기라고 한다면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쉽게 떠올리는데 책 속에서 주해를 통해 여러 여행기들과 비교하는 내용들이 꽤나 흥미롭다. 마르코 폴로보다 반 세기 가량 늦게 여행을 떠난 요르다누스는 동물기, 식물기에 가까울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은 텍스트 속에서 '... 이렇게 들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여행기와는 비교되며,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적으로 솔직한 서술이 이 책을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와 같은 문장들.
옮긴이가 서술한 것처럼, 중세의 여행기는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내용들을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는 한편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전승되는 이야기를 흥미를 끌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여행 기록에 신뢰도를 더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것을 저자 스스로만 없다고 말한다면, 사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되려 저자 본인이 직접 다녀온 것에 의구심을 표할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이 책은 여행기이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과거 인도와 이란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페르시아의 지리적인 내용이 나올 때, '맞아, 여기서 저기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었으니, 주해의 내용이 맞는 것 같다'라든가, 인도에서 보았던 코끼리, 야자수를 묘사한 내용은 나의 지난 여행을 상기하기에도 충분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유럽과 아시아 여러 국가를 많이 다녔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나에게 매번 책과 수업 속에서 알게 된 건축, 미술품들을 볼 때면 사진으로 모든 것이 표현하더라도 그것을 꼭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여행할 때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 또한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시 추억에 젖으며 당시 일을 상기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였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여행의 욕구를 직접 느끼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발견할 때마다 경험하는 호기심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