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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Nov 05. 2021

Ecce Chuu, 여기 츄를 보라

시선과 참여, 현실과 상상의 공간의 경계에서

 우리는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의식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마주하면 작가가 어떠한 의도로 표현을 사용하였는지 이해하고자 한다. 창작자는 자신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형식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작품에 의도를 반영한다. 관람자가 창작자의 메시지를 느끼고 따라갈 수 있도록 감각적 장치가 설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그것의 주제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자연스러운 시선을 따라가도록 하며, 때로는 관람자가 그 과정에서 앞으로 나올 의미를 예측하고 확인하는 소통의 과정을 거치고는 한다. 한편으로 관람자의 시선의 움직임을 차단시키고 우리를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배치함으로써 일상적인 일들을 낯설게 마주하는 효과(Uncanny)를 주기도 한다. 작가와 작품을 수용하는 대중들 간의 관계는 이처럼 작품 내부의 장치들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거치면서 소통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작가와 수용자의 관계를 상정하는 것은 주로 문학과 미술 작품을 통해서 잘 드러나지만, 나는 최근에 아카데믹한 주제보다 더 재미있는 글의 소재를 찾았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LOONA)'의 츄가 그룹 내의 세계관에서 시선을 따라가도록 하는 인물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달의 소녀는 K-Pop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데뷔의 과정도 멤버 한 명 씩 솔로곡을 발표하면서 첫 멤버부터 마지막 멤버까지 대략 2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두고 완전체로 등장한 특이한 그룹이다. 동시에 세계관도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었다고 평가받는데, 각 멤버들은 특유의 색과 동물, 지역색 등을 부여받고 그러한 면모들이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나타난다. 

 열 번째 멤버로 데뷔한 츄는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시선적인 장치가 계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이달의 소녀 세계관을 뮤직비디오와 노래들을 통해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대답으로, 츄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어느 정도 고찰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의견은 나 스스로 케이팝 장르를 즐기는 하나의 유희적인 과정으로서 비추어본 추론이다. 시각적인 시선의 장치를 미술을 통해서 먼저 보고, 우리는 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미술에서 손과 시선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작품 속의 인물이 직접적인 명시를 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보아야 할지, 또는 작품의 주제를 받아들이도록 명령적인 어조를 띄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두 작품을 예로 들고자 한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이며, 다른 하나는 베네치아 르네상스 대표 인물 티치아노의 <페사로 가문의 마돈나>이다. 두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서 우리는 인물들의 배치와 시선의 형태가 삼각형 모양으로 되어 주제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암굴의 성모>, 티치아노, <페사로 가문의 마돈나>와 그 세부

 <암굴의 성모>에서는 중앙의 성모 마리아가 왼쪽에는 축복의 제스처를 취한 아기 예수, 마리아가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무릎을 꿇고 예수에게 경배하는 세례자 요한, 그리고 예수의 뒤에서 요한을 가리키는 천사의 모습이다. 강력한 명암과 뒤의 원근 배경도 좋지만, 인물 간의 삼각 배치가 손과 시선을 통해서 명확하게 잘 드러나고 있다. 예수와 요한 사이의 마주하고 있고, 성모는 요한을 끌어안은 모습이지만 왼손이 예수에게 향하며 십자가의 운명을 걱정하는 듯하다. 천사는 세례자 요한을 손으로 가리키고, 고개를 관람객을 향하면서 예수를 경배하는 것을 본받을 것을 명령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다.

 티치아노의 그림은 다 빈치의 인물의 삼각 구도를 넘어서 삼차원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 그림은 터키와의 전쟁을 자축하며 가족 예배당에 주문한 그림으로, 페사로 가문의 인물이 사선 위 방향의 마돈나를 향해 경배를 드리고 있다. 계단 위에는 성인인 파란 옷을 입은 베드로와 인간과 성모자 사이를 매개하고 있으며, 같은 높이의 성 프란체스코가 성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프란체스코의 왼손은 또다시 가문의 가족들이 있는 아래로 향하고, 가족들은 시선과 몸을 경배드리는 인물에게 향하고 있다.

 티치아노 그림의 구성은 다 빈치와 같다고 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 프란체스코의 손이 향한 곳의 인물은 인물의 구도를 확장시킨다. 바로 그가 가리키는 손을 따라가면 어린아이가 나오는데, 이 아이는 우리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은 가문의 자축 행사에 관람자 역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효과는 작품 속의 건축적인 원근감과 연결되어 그림은 단순한 벽에 그려진 것 이상으로 현실과 연결된 삼차원적 공간을 창조한다. 


 이달의 소녀 츄의 노래 <Heart Attack>의 뮤직비디오에서 츄는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다. 아홉 번째로 데뷔한 이브에게 광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면을 보이고 있다. 이브의 일상을 뒤에서 바라보고, 흘긋 쳐다보면서 이브의 춤추는 모습을 따라 하기도 한다. 또한 카메라를 이브에게 고정하고 있는데 마치 팬들이 아이돌의 사진을 찍듯이 카메라를 지속적으로 들이밀고 있다. 창문을 넘어서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하며, 점점 행동은 과감해져서 이브의 눈앞에서 카메라를 두고 찍는다. 

 카메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선을 의미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우리는 대상에게 집중하고, 시선은 고정된다. 여기에서 시선의 대상인 이브는 책을 읽고 춤을 추고 있는데 츄가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이브의 행동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츄가 이브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선이 이브를 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카메라 렌즈를 통한 시선은 영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동을 보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우리들은 뮤직비디오에서 나오지 않는 카메라를 통해서 츄와 이브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우리는 뮤직비디오의 카메라를 통해서 츄와 이브를 바라보고, 그 속의 츄는 카메라로 이브를 바라보면서 시선이 점차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중첩되는 카메라 사용으로 렌즈에 담기는 대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츄는 관람자의 눈에서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볼 것을 지시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달의 소녀 츄 <Heart Attack> 속의 카메라 이미지

 이러한 시선의 사용은 비단 <Heart Attack>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다음 멤버 고원의 <One&Only> 속에 츄의 모습은 앞의 모습과 연속적이다. 중앙의 흰 옷에 금발을 한 고원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카메라 촬영을 통해서 식탁 위에는 츄, 이브까지 총 세 명이 앉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츄는 여전히 이브를 바라보고, 이브는 가운데의 고원을 보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흑백,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전달하고 있는데, 아래에 세 인물이 보이는 장면 역시 화면을 삼분할 하여 하얀 배경의 고원, 검은 옷과 검은 배경의 츄와 이브가 나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영상에서는 고원의 눈을 클로즈업한 후에, 얼굴 전체를 보여주면서 중앙 인물에게 관람자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화면에 두 인물이 더 등장하는 순간 또 다른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전면의 츄에서 시작하여 이브-고원-관람자로 시선의 이동이 일어나면서 짧은 시간에 역동적인 구조를 띄게 된다.

 이러한 삼각관계는 앞에서 본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를 떠올리게 한다. 츄는 위에서 본 천사처럼 시선으로 이브를 가리키면서 이브와 고원 두 사람의 관계성에 주목하도록 한다. 따라서 세 인물을 비쳐주고 바로 뒤에 나오는 장면은 이브와 고원이 만나게 되는 장면으로 귀결되는 것이고, 여기서 이브는 고원에게 왕관을 씌우고 서로 포옹을 하고 있다. 이 역학 관계는 이달의 소녀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생각이 되는데, 우리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관계처럼 이브와 고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독교적인 모티프와 연결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츄는 두 사람의 관계적 측면에 주목할 것을 시각적으로 지시를 하고 있다.

(좌) 고원, <One&Only>의 부분 (우) 이달의 소녀, <Butterfly> 부분

 앞의 내용과 연결해서 상징의 영역을 분석할 때, 이달의 소녀 완전체의 뮤직비디오 속의 츄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방식은 이러한 해석을 떼어두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이달의 소녀 세계관과 현실 사이에 있는 매개적 인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뮤직 비디오가 굉장히 생소한 문법으로 촬영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영상 속에 열두 명의 멤버 이외의 세계 곳곳의 소녀들이 등장하면서 멤버들의 세계관과 전 세계의 소녀들의 세계관들이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와중에 <Butterfly> 속의 츄의 모습은 멤버의 단독샷이 비추어지는 장면에 고개를 카메라 쪽으로 다시 돌려서 두 명의 비추어지는 장면으로 만들고 있다. 즉, 츄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룹의 세계관을 넘어서 우리들의 다양한 세계를 끌어들이는 과정이며, 이 속에서 현실과 상상의 공간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개인 멤버들의 뮤직비디오에 비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달의 소녀의 뮤직 비디오는 지속적으로 '눈'을 마주치며 시각적 효과를 주고 있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가능한 추론이라고도 생각된다.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Girl Front>에서 세 멤버들은 정면을 보고 있다가 비트가 전환되면서 고개를 카메라 쪽으로 휙 돌리면서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의도적인 눈 마주침은 궁극적으로 영상 속의 내용이 화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그 속에서 참여하도록, 혹은 이미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츄의 시선은 이달의 소녀 세계관 속에 우리를 끌어들이고, 이미 그 속에 우리가 있음을 자각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Girl Front>의 부분. 앞을 보던 세 사람은 음악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지점이 되자 동시에 카메라를 응시한다. 



 츄의 경우가 더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펴본 매개적 존재로서의 역할이 실제의 영역에서 확장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선 그러한 면은 멤버 개인적인 성격에서도 기인한다고 보인다. 초외향적인 성격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에 특히 예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츄는 유튜브 <지켜츄> 활동을 통해 환경 문제를 깊이 재고해보도록 한다.

 나는 여기에서 K-Pop 팬덤에서 소위 언급되는 '선한 영향력'과 같은 수사적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크게 중요하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츄가 영상을 통해서 환경 문제에 참여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는 행동 그 자체이다. 아이돌 그룹이 생성한 가상의 공간에서 지시적인 역할을 하던 츄가 실제 공간으로 튀어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일련의 시각적인 역할을 고찰하던 나에게 이러한 우연적 상황은 그것의 선후 관계가 실제로도 연관이 되어있지는 않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하도록 한다. 

 무엇이 되었든, 여기 츄를 보라. 그는 아이돌의 페르소나로 상상의 공간에서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현실의 영역에서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뛰어난 노래 실력과 빠지지 않는 예능감은, 어쩌면 츄라는 캐릭터로서 데뷔하기 위한 필연이지 않았을까. 그저 앞으로도 풍성한 활동으로 행복한 연예인 활동을 하기를 한 팬으로서 기원하는 바이다. 

유튜브 <지구를 지켜츄>로 개별 활동을 하고 있는 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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