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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Aug 31. 2019

Moi, Helsinki

헬싱키 대학교 교환학생1, 나는 왜 5학년에 교환학생을 갔는가

 지난 월요일, 헬싱키 대학교의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환학생들을 위해서 팀으로 모여 활동하는 시간을 가졌다. 핀란드에 왜 왔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이야기하였고 자신이 기대하는 점과 걱정되는 점을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도 이유를 말할 때마다 매번 달라지고는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핀란드, 나는 여기 왜 왔고 무얼 기대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보다 현재 5학년 1학기를 앞두고 있는 입장으로서 왜 교환학기를 갔는지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왜 졸업도 하지 않고 교환을 왔는가? 2017년 여름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설명해봐야겠다. 당시 막 전역한 이후 나는 미국 위스콘신 주 메디슨에 있는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여름 집중 언어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이 자체도 도전이었는데, 하버드와 위스콘신 두 선택지 중에서 위스콘신을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위스콘신으로 가게 되었다. 단순히 내가 전공하는 '산스크리트'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위스콘신에서는 남아시아 언어 수학에 좀 더 특화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하버드 갈걸, 생각은 들지만 결국 위스콘신으로 가서 내가 의도했던 바 대로 같은 전공 관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지금 연락해도 언제든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을 사귀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고, 느낀 바가 많았다. 결론은 한국을 떠나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외국 친구들은 따지고 보면 한국학생보다 공부를 잘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어도, 애초에 기본적인 미국 교육의 시스템이 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여름 학기 등을 통해서 원하면 언제든지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누군가와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내게는 새로웠다. 한국에서는 함께 공부할 친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나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부러웠다. 

 여하튼 약 두 달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는 또다시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없이 정면만 쳐다보는 수업에 슬럼프가 심하게 왔었고,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내게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그다음 여름에 다시 찾아왔는데,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는 '스누인 런던' 프로그램이었다. 나의 지식에 비해 실용적인 영어 실력이 항상 내게 걸림돌이었고, 그때 나는 영어권에 익숙해지고자 하였다. 좋았지만, 좋지 않기도 했다. 좋은 점은 우선 매우 싼 값에 런던 중심가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원되는 비용이 많이 없는 것 같지만, 프로그램비와 기숙사비를 2주 간 70만 원 정도로 받았는데 런던 숙박 물가를 생각해보면 그냥 자러 가기만 해도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수업 내용을 들어가 보면 전혀 좋지는 않았다. 우리 학교와 협연을 맺은 대학은 '킹스 칼리지'였는데, 수업 내용은 그냥 단순한 교양보다도 못하였고 토론도 우리끼리만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어권에 친숙해지기'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물론 우리 학교 학생들끼리만 있으니 놀 때는 정말 재미는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수업이 끝난 이후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미술관들과 직접 현지 사람들과 대면하는 경험들이 내게는 더 뜻깊었다. 그때 나는 여행하면서 결심한 바를 조금 정리했다. 


 외국에는 가야 한다. 최대한 빨리.
 뭐가 됐든 학교 돈은 활용하는 사람이 임자이다. 

 그래서 다다른 결론이 교환학생이다. 그러나 이 결심을 할 때에는 이미 4학년으로 접어들 때였고,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나는 오롯이 5학년 2학기까지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취직할 것은 아니고 대학원을 갈 것인데, 그러면 대학원을 빨리 가서 졸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천천히 교환학생 이후 좋은 경험을 토대로 속전속결로 끝내도록 할지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후자의 선택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선택이 있고 핀란드에 오기 전까지의 고민은 내가 4학년을 마치자마자 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아직까진 괜찮은 것 같다. 여기 와서 일주일 간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아직 한국말을 밖으로 내뱉은 적이 없어서, 지난번 도중 엄마에게 전화가 왔을 때 하는 한국말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 같은 학교에서 온 사람이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보자고 하려고 해도, 현재의 밸런스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다. 혼자 기숙사 방에 살지만 아직까진 문제없다. 여하튼, 이 간단한 대답이 느려져서 또 다른 글을 써서 왜 헬싱키로 가야 했는지를 써야겠다. 


덧, 초과학기에 가서 등록금이 매우 싸고 (50만 원 정도), 어차피 들어야할 전공이나 교양은 다 채워서 부담이 없어서 초과학기에 가는 교환학생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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