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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Sep 14. 2019

나의 헬대 지원기

헬싱키 교환학생 2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어느 나라를 선택할 지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도 넘게 교환학생을 신청한 나라에서 머물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좋아도 음식이 나쁠 수도 있고, 혹은 그 반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로 패기(?) 넘치게 지원한 나는 상대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채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스스로 온 후로도 이곳으로 왜 오게 되었을까,라고 스스로 묻기도 하고, 헬싱키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도 핀란드가 무엇이 좋다고 오냐며(마치 우리가 한국이 좋아서 왔다는 외국인들이 가끔은 신기하게 느껴지는 듯이) 많은 질문을 받고 대답하곤 했다(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나는 왜 헬싱키 대학교로 지원을 했는지 나 스스로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렇다.

 첫 번째로, 여타 서구권 국가들에 크게 욕심이 없었다. 짧게나마 미국과 영국에서 대강의 학교 생활을 겪어보았던 경험이 교환학생에 대한 환상을 많이 사라지게 한 듯하다. 미국은 나중에 대학원으로 진학하면 갈 것이니 굳이 교환학생으로 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영국은 박물관이 우선 무료이고 내 전공과 관련하여 보고 싶은 것도 많으나, 그곳에서 4~5개월을 보낼 생각을 하면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2018년 여름을 생각해볼 때, 영국에서 보낸 2주 반 동안의 시간 동안 나의 피부들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9월 이후 개강한 이후에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또한 물가도 비싼데 밥도 맛없는 것이 가장 큰 흠이었다. 물론 헬싱키 대학(이하 헬대)이 1 지망은 아니었고 네덜란드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으로 갔으면 했다. 전공 관련하여 많이 배우고 양질의 박물관을 방문하기를 기대했지만 떨어졌다. 학점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5학년 초과 학기라서 우선순위가 밀려나서 그렇다는 위로도 들었다. 그렇게 2 지망인 헬대로 오게 되었다.

 영국에서의 경험을 비추어보아, 물 좋고 자연 좋은 곳을 찾으려 했고, 원래는 뉴질랜드나 호주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늦게 영어 시험을 봐서 성적표를 받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기 때문에 오세아니아 지역은 이미 마감되었고, 남아있는 유럽 지역에서 선택해야 했다. 교환학생의 목적이 한 학기 동안 외국에서 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만약 할 것이 있다면 차근차근 시간 날 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북유럽은 좋은 선택지였다. 그중에서도 핀란드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보다 괜히 더 끌리는 점도 있었고, 가보지 않은 러시아를 간단히 다녀오기에도 기차로 4시간도 안 되는 거리이기에 좋았다. 핀란드 중에서도 헬대가 가장 낫지 않냐고 생각하며 이곳을 지망하였던 것.

대학 도서관 앞에서 트램을 기다리며. 해가 아직은 길어 밤 8시 정도의 하늘이 참 좋다.

 마지막으로,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핀란드의 어떤 모습을 보고 곡을 썼을지 궁금하였다.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고 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 연주한 교향곡이 시벨리우스의 것이었고, 이전에 듣던 교향곡들과는 다르게 꽂히는 느낌이 있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민족주의의 시대의 곡을 지금까지 들으면서 감동이 온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tv에서 보듯이 아직도 우리나라도, 그리고 불가피하게 나 자신도 100년 전의 민족주의라는 베일을 완전히 벗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한 감상을 하는 것일까도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한 핀란드는 우아하지만 거칠고, 탁 트인 정경을 보는 듯하면서 거센 바람 소리가 상상되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는 상상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만족스러운 생활이다. 겨울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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