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입생 행사부터 12월 크리스마스까지
한국과 다르게 대부분 외국 대학들이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만큼 가을학기에 대부분 행사가 몰려있다. 여러 행사를 갔지만 오늘 간략히 소개하려는 것은 신입생 행사(Fresher adventure), Sit-Sit, 크리스마스 파티 이렇게 세 가지이다. 나는 사실 파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굵직한 것에만 친구들 따라간 것이지 교환 중간마다 행사들이 많이 있으니 북유럽 라이프가 그리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여하튼 신입생 행사는 나 같은 교환학생까지 포함하여 열리는데, 학교 차원이라기보다는 헬싱키 전체를 포함하는 행사라고 보면 된다. 워낙 인구가 작다 보니 웬만한 큰 행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헬싱키 도시와 밀접히 연결되어있는 듯하다. 나는 교환학생 오티 주에 만났던 친구들과 팀을 꾸렸다.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해야 했는데, 나는 한 적극적인 일본 친구가 다 해주어 과정은 모르지만 팀 이름을 각자 정해서 알아서 코스튬을 맞추어 입고 오면 된다.
행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도시 곳곳에 있는 체크포인트를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점수를 얻는 것이다. 몸을 써서 움직이는 미션부터 머리를 써서 퀴즈를 맞추기, 팀끼리 역할을 정해 연기하기 등 다양하며, 한정된 시간에 공간이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모든 체크 포인트를 돌아다니기란 불가능하다. 흔한 레크리에이션 행사에서 경험할 수 있듯이 점수를 많이 따면 보상이 있겠으나 점수보다는 서로 더 돈독해지는 기회를 갖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행사 종료 후에는 대규모 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면 미리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아래와 같이 대규모로 조직된 신입생 행사도 있지만 학과나 동아리 단위로 소규모로도 행사가 이루어지며 9월 신입생이 들어왔을 때에만 열린다. 개인적으로 그 전날에 동아시아 문화 학과의 신입생 행사 뒤풀이에 가서 과음을 한 관계로, 정작 이 행사는 숙취에 지치고 퀴즈를 풀 때 과학 용어들이 나와서 멘붕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때 역시 나는 대규모 행사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학과 친구 행사에만 참석하는 계기도 되었다.
다음으로 sit sit은 우리나라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엠티와 비슷한, 일종의 파티룸을 빌려 노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앉아 있으면 알아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 커피까지 음식이 나오고, 노래를 다 같이 부르며 와인이나 음료를 들이켜는, 그야말로 마시는 파티라고 할 수 있다. 장소는 스톡만 백화점(Stokmann) 앞쪽에 있는 학생 조합 건물(Student union building)에서 이루어졌다. 즐기는 사람은 즐거워도 파티를 조직하는 사람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 어쨌든 파티를 주최하는 사람도 학생이니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준비하고, 테이블 세팅과 서빙까지 소수가 전담하니 옆에서 뭘 먹지도 못하고 나갔다 들어오는 친구들을 보면 참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음식은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먹을만하지 않다.
행사에서 전통적으로는 레드와인을 곁들이는데, 노래가 끝날 때나 노래에서 특정 단어가 나올 때 와인을 계속 들이킨다. 그러면 무슨 재미로 파티를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대학생들이 술 게임을 하듯이 쉴틈을 주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신다. 나름 테마를 정하기도 하여 드레스 코드가 있기도 하는데, 내가 참여할 때는 핼러윈 시즌이라 핼러윈 복장을 입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 행사가 나름 신입생 때 생각나서 많이 마셨다가 그날 숙취에 필름도 많이 끊겼기에 설명은 더 이상 그만하겠다.
다음으로 크리스마스 파티인데, 일종의 종강파티이기도 하다. Sit-Sit처럼 특별한 점은 많이 없고, 크리스마스 음식, 스낵을 나누고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 학기만 하고 가는 교환학생이라, 이때 대부분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파티 체질이 아니라 크게 재미는 없었는데,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좋고, 또다시 전통 있는 학생 조합 건물에서 행사를 하며 핀란드 대학의 역사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아서 만족하였다. 친구와 진저브레드 쿠키 하우스(잘은 모르지만 베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들 이 쿠키로 집 한 채 짓는다) 하나 만들어서 나누어 먹기도 하였다. 교환 학생을 마무리하며 아쉬움도 많이 드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