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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Jan 06. 2020

2019 Sibelius Festivaali

헬싱키대학 교환학생 

 9월 초, 나는 핀란드 교환학생을 가서 꼭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하나를 충족했다. 물론 버킷 리스트라고 해봤자 글을 쓰는 시벨리우스 페스티벌, 라플란드 가서 오로라 보기, 암석 교회에서 콘서트 보기 등인데 생각해보면 대부분 음악 콘서트와 관련된 것이 많다. 작년만 해도 유럽의 모든 유명한 미술관 가기였는데, 어느덧 미술관보다 음악회에 더 집중하는 것을 보니 같은 곳을 가더라도 매번 다르게 느껴질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달라지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페스티벌 기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접근성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페스티벌 전용 셔틀버스를 예매해서 6일, 7일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올해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동안 라흐티(Lahti)에서 진행되었고, 저녁 공연은 라흐티의 메인 뮤직홀인 '시벨리우스 탈로(시벨리우스 하우스라는 뜻)'에서 이전 해와 다름없이 열렸다. 이곳을 거점으로 쓰고 있는 오케스트라인 라흐티 오케스트라가 사실상 호스트라고 보면 되고, 9월 6일에는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oyal Stockholm Philharmonic Orchestra)가 초청받아 공연하였다. 라흐티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이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오케스트라답게 시벨리우스 곡을 많이, 그리고 잘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전성기를 이끌었던 지휘자 중 한 명이 현재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오스모 벤스케(Osmo Vänskä)이다.

 공연에 앞서 나는 끼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장 고민이 되었다. 도착했을 때는 식당에 가는 것도 애매하여 공연장 매점에서 샌드위치와 시벨리우스 케이크를 먹었다. 샌드위치는 무난한 연어가 들어간 것이고 시벨리우스 케이크는 초콜릿 케이크에 라즈베리 맛 잼(?)이 중간에 있는 달달한 디저트였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9월 6일

1부: 교향곡 5번

2부: 교향곡 6번&7번


 이날 들은 곡들은 다 한 번씩은 들어본 곡들이었다. 5번 교향곡은 1, 2번과 함께 사랑받는 시벨리우스의 대표적인 교향곡으로 다른 교향곡들과 다르게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고 연주 시간도 30분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선호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6번과 7번 교향곡은 크게 직관적이지는 않다. 19년 2월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향이 함께한 시벨리우스 스페셜 공연 당시에 이미 들었던 곡이지만 당시에 나에게는 난해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 후에도 몇 번 들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행복함이 밀려왔다. 우선 공연장에서 소리가 명확하게 잘 들리는 것은 물론, 관과 스트링의 조화도 괜찮았다. 역시 클라이맥스인 3악장은 현 소리가 조용히 수그러들면서 호른의 우아한 소리가 치고 나오는데 속도도 처지지 않게 울려 퍼졌다. 스트링과 멜로디를 주고받는 부분도 매끄럽게 연결되고, 볼륨 조절도 노련했다. 이 음악을 들을 때 나름 집중해서 들었던 이유는 라흐티로 오면서 셔틀버스 안에서 한 할아버지와 하던 이야기가 생각나서이다. 이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5번 교향곡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나비 한 마리가 공연장 안으로 날아와 들어왔다는 것이다. 바로 그 시각 시벨리우스의 부고 소식이 공연장에도 날아왔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셨다. 그 이야기 이후에 3악장에서 울리는 금관악기를 들으니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인터미션 후 6번 교향곡은 강하고 거친 시벨리우스의 음악이 아니라 우아한 느낌도 함께 받아 세 곡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와서 핀란드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의 지휘를 반복하여 들었다. 7번은 단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 7번을 가장 좋아한다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 그런지 여전히 모르겠다. 다시 들어봐야 하지 싶다.

 앙코르곡은 보통 우리나라의 아리랑 격인 시벨리우스 작곡의 핀란디아를 연주한다는데, 이날 오케스트라는 스톡홀름에서 온지라 잘 모르는 곡이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면서 올 때 말했던 할아버지가 The spring(?) 이런 제목이라고 말해주셨지만 다시 들었을 때 그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


https://youtu.be/RtiltWPbx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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