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의 시작 그리고 D-1일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
_의 시작
반달 동안 태국 남부를 여행했다.
코로나 전의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는 아이를 낳고 길렀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육아와 코로나가 입을 막고 코도 막고 가고지비의 발길과 의지도 막았다.
그리고 어제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졌다. 발길과 의지는 벌써부터 열려 있었고, 이제 입과 코도 열렸다. 아주 나가라고 난리인 것 만 같다.
지금이라도 당장 수완나품 공항으로 날아가도 모자랄 판이지만 6살 여친 이름을 엄마 이름보다 먼저 쓰시고 지금 잠자리에 드신 그 분이 있어서, 쌀 한톨도 제손으로 안 드시는 그분이 있어서, 해외여행보다 다이소를 더 가고 싶어하는 그분이 있어서 그냥 산다.
아주 코로나 시국보다 더 우울하다. 원래 함께 겪는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혼자 겪는 난리가 진짜 난리지. 다들 태국에 베트남에 일본에 어디론가 떠나는데 혼자 이러고 있으니 그냥 어디라도 나가 걷고 싶다.
매우 슬프지만 ‘이럴 땐 여행책이라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여행책을 뒤적이다가 내가 코로나 전에 마지막으로 다녀와 쓴 여행일기가 생각났다. 쓰다 말다 해서 글이라 할 수 없지만 지금 읽어보니 생생한 그때 기억이 나서 마음만은 비행기를 태워 보낸 것만 같다.
이 정리 안된 내 일기를 잘 정리해서 나처럼 떠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비행기 한번 태워주어야 겠다.
코로나 시국 전의 여행이라고 특별히 지금과 다를 건 없지만 그때 사진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보여서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하나 거리낌 없던 그 때의 내 모습과 감정을 다 기록하고 싶다.
30일 동안 매일 이 글을 쓰면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오늘은 왠지 여행 전날 짐싸는 느낌 같다. 30일 동안 아주 야무지게 여행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한 마음'을 챙겨야 겠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_1월 9일 (태국 남부 여행 D-1)
시댁 제사를 다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며느리들은 보통 그때서야 스마트폰과 조우한다. 나도 그랬다. 시댁에 여행간다는 얘기를 굳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사 준비와 제사 드리는 동안 더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멀리했다. 왠지 그러는 편이 나을 듯 해서. 그러면 안 들킬 것 같아서.
아직은 며느리에서 여행자로 돌아가면 안될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나는 내일부터 2주간의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로 돌아왔다. 천천히.
#태국남부여행 #여행에세이 #말글아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