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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pr 04. 2022

죽을만큼 힘들어도 죽고싶진 않아서

우울증을 진단받은지 1년이 흘렀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이 무거워서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일도, 사람도, 심지어 나 조차도 내 마음같지가 않아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다가도 한순간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라며 비관하기 일쑤였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그만하고 싶다고 다짐해도 그만두는 방법을 모르는 나는 걸핏하면 밤을 새고 다음 날 잠으로 하루를 보내거나 느즈막이 일어나 먹는둥 마는둥 밥을 한끼먹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새벽이 다 지나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나는 무엇하나 하는 일이 없지만 내가 누워있는 침대도, 시원한 물이 있는 냉장고도, 심지어 화장실마저도 돈을 내지 않고는 사용할 수가 없어서 나는 다시 일을 구했다. 저녁만 되면 벌써부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사실이 버거웠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야 되는 일이 두려웠지만 살아내기 위해 버텼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버겁고 두렵던 내가 일을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늦어도 자정에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일을 가고, 퇴근하면 집안일을 하고 조금 쉬다 다시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자 잠 못 들어 괴롭던 밤이 사라졌고,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만 이어가던 시간이 줄어들었다. 잠에서 깨지 않는 밤을 위해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영양제를 챙겨먹으며 나를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버텨냈다.


여전히 나는 안에 시달리고, 공허함에 잠식되며 팔다리를 저릿하게 만드는 것같은 피로감에 매일을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정말 모든 것을 놓기에는 나라는 사람이 너무도 아깝고 안타까워서 끝끝내 다시 붙잡았다.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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